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들 Mar 21. 2021

같은 이름자를 가진 사람

旼, 햇살의 따뜻함을 글로 옮겨적는 너에게


미신에도 잘 휘둘리는 편이고, 어쩌다 본 운세에는 매우 마음을 쓰고, 별 일 아니어 보이는 날에도, 사람에도, 작은 선물과 지나가는 말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이름에 물론 돌림자도 들어갈 수 있고, 예쁜 말소리와 보기 좋은 모양과 그냥 끌리는 이름자 등등을 열심히 조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어쩌면 그렇게 큰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같은 이름자를 쓰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여전히 운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명을 인연으로 엮는 게 우리들의 일이었을 테고. 


온화할 민(旼)의 글자가 참 너를 잘 담아주는 글자라고 생각했다. 고작 한 글자 안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긴 하지만, 이름이 담아내는 것보다 더 멀리 훌훌 날아가면 좋겠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너의 일부분을 잘 표현해준다고 생각했다. 


스쳐지나가듯 본 따뜻한 햇볕을 손에 담았을 때 그걸 홀로 간직하고 아끼다가 떠나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너는 그걸 사진으로 찍듯, 글로 담아내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기로 했다. 그 시선과 그 마음이 얼마나 따스하고, 그리고 섧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한 줌 다정함이 데일 만큼 뜨거워서 그만큼 너의 세상에 차가운 바람이 많이도 불었기 때문에 그 온기의 소중함을 알았던 게 아닐까.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애정어린 말들을 보자면, 그렇게 말하고 있는 너는 충분히 그런 말을 자주 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사는 삶의 모양도 보는 각도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내가 보는 각도, 내가 지나왔던 길에서 나는 그런 말을 해주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서. 안아주는 것도 좋지만, 행복하지만. 그만큼 폭 안기고 싶었어. 정말 정말 따뜻한 품 안에서 그냥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이 내 편이라는 믿음이 드는 사람에게 온전히 안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감히 이런 말을 전해도 되는지 몰라도 전하고 싶었다. 네가 어떤 길을 걸어도,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어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어떤 고민을 하고 있어도 너를 응원해. 좋은 모습만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무너져도 넘어져도 짜증내도 괜찮아. 걱정되고 불안하고 잠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전이랑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도 너야. 그런 너의 곁에 여전히 내가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스스로에게 순도 100%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혼자 그 외롭고 고독한 무게를 짊어지기엔 그렇게 마음이 강철같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흔들리면서 피는 꽃일수도, 나무일수도, 강물일수도, 바다일수도 있겠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확신이란 건 어쩌면 조금 멀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확신이라는 건, 내가 나한테 주는 확신도 물론 중요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그 무조건적인 믿음에서 기반한다고 생각했다. 한 쪽에서 당겨주는 줄이 조금 느슨해져도, 때로는 가족이 때로는 친구가. 때로는 또 생각지 못했던 신기한 인연이 당겨주어 우리가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중력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오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믿어주는 만큼 스스로를 믿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의 이전글 커피 한 잔, 과자 한 봉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