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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Feb 13. 2023

일타스캔들이 그리는 대치동

갑자기 100번 글쓰기 19

이토록 찬란한 유치함에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드라마를 본방사수 할 줄은 몰랐다. 대치생활권이라서 대치학원가에 연결고리가 있어서 재미가 있는 건 아니고 아줌마판타지 뿜뿜이어서가 정답. 현우진이 조언을 해줬다는데 일타강사가 과외 좀 해준다고 단박에 수학 백점이 실화라면 정녕 대치동 학원 홍보드라마가 아닌가. 수학이 그런 과목이었던 것인가 하하. 이건 아니잖아 딴지 걸고 싶다.

스카이캐슬이 현실반영이 대단히 잘되어 있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전국형자사고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경쟁과 비리, 학종입시를 위해 맹렬히 달려가는 과정과 컨설턴트의 존재 등은 꽤나 진지한 접근이었다. 대치동 외의 지역에서는 다들 그런 식으로 대치동 사람들이 달려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시현상을 불려일으키기도 했다 들었다. 뒤늦게 대치동 한복판에 입성한 열혈엄마인 한 지인은 아무래도 자기 빼고 뭔가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는 의심을 하긴 하지만 있어도 극소수의 일이니 나로선 접근가능한 팩트체크 세계는 아니다.

바야흐로 학종보다 수능의 시대가 도래하여 수능에 최적화된 대치동 아이들은 대형 일타강사의 강의를 듣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고 지금 일타강사의 어마무시한 영향력은 이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타강사들은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점점 대형학원들은 중소형 학원들을 잠식하고 최근에는 관리형 독서실이라는 기똥찬 아이템까지 곁들여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관리형 독서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학원 강의 세 개 혹은 두 개 이상은 들어야 가능하다고 하고  그것 역시 대기와 경쟁이 치열하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그 독서실의 가격은 육십만원을 상회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올케어반이라는 일타강사로 구성된 소수의대반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대형강의로 돈을 쓸어담는 일타강사가 그렇게 적은 수의 인원을 데리고 수업을 하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많은 금액을 싸들고 와서 내야 가능할까. 퍼펙트에 가까운 일등급 애들로  최상위반을 꾸려도 수십명이 넘쳐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한낱 돈 많고 공부 좀 전교권이라고 대형학원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도 판타지다. 대형학원 원장은 조금도 아쉬울 게 없다. 최근 이부진 아들이 휘문고에 들어가고 깊은 생각 1레벨에 입학했는데 소수로 진행하지 않고 심지어 이부진이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풍문조차 있다. 유재석 아들이 다닌다는 돌* 수학학원도 (풍문일 수도 있다) 소수정예로 특별대우하는 곳이 아니다. 유명세의 학원은 웬만한 실력과 재력이 있어도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거대한 갑이다.

얼마전 생물쪽 누구나 인정하는 절대일타강사가 자신의 네이버카페에 입에 담긴 힘든 욕설 가득한 글을 올려 파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뭣도 모르는 병신년부터 시작해 씨발이 넘쳐나는 글로 학부모들을 잘근잘근 씹었다. 엄마들은 하나같이 매우 분개하고 세무서에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등 보이콧할 거 같은 분위기가 팽배했으나 그 강사가 장담하고 비웃듯 다들 결국 줄을 서서 그 강의를 신청했다. 인성  운운하던  것은 어느덧 사라지고 조용히 필요에 의해서 선택하여 첨예한 입시판에서 인성 운운하는 것은 사치라는 것을 리얼하게 보여줬던 판이었기에 입맛이 썼던 기억이다. 대체가능한 다른 강사가 나타난다면 가차없이 패대기치고 인성을 끌어왔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부 현실반영의 면을 차치하면 이 드라마에서 일타강사는 매우 부유한 신흥 재력가의 간판으로 사용되고 대치동은 그냥 천박한 욕망이 들끓는 공간으로만 활용되고 있다.씩씩한 반찬가게 아줌마가 젊고 멋진 강사와 역경을 딛고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다가 해피엔딩. 실장님이 일타강사로 변했을 뿐 캔디이야기에서 파생되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지만 나는 이 유치단순 드라마를  아줌마의 마음으로 즐겁게 보고 있다. 자기주도하던 아이가 일타강사가 가르치는 학원을 꼭 다니고 싶어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대치동 학원의 환상을 심어주는데 일조를 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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