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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달 Apr 01. 2023

오십이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갑자 100번 글쓰기 31

윤석열 덕인지 때문인지 오십 되는 것은 취소될 예정이다. 오십이란 나이에 유독 흔들리지는 않으니 삼십될 때가 가장 유난유난이었던 거 같다. 뭐든 감동하고 절망하는 게 일이었던 청춘이니.

사십부터는 나이도 곧잘 잊었고 그만큼 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끔 걱정되긴 했는데 이왕 여기까지  오니 그게 무슨 소용이려나 싶다.

오십 될 때 가장 힘들었다고 오늘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말한다. 이루어놓은 것도 없는 거 같고 여태 내가 뭐했냐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다는데. 아직 그런 기분은 전혀. 뭘 이루어야 맛인가 싶기도.

난 오히려 앞으로 무얼 안할까 걱정이네. 뜬금없이 욕심이 많아지는 중이니. 하기로 한 것들 정녕 이젠 각자 자유로운 페이지에서 그려나갈 순간들에 대 한 기대. 그게 좋다.


지금까지 주제에 맞춰 살아왔음 되었지. 잘하고 못하고 간에 할 일에서 도망가지는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자화자찬하지만 나이로 인해서가 아니라 어느 나날들에 쉽게 자신감을 잃고 속이 쓰릴 때가 있다. 여전히 싫은 인간 보면 참지 못하고 도망가거나 질러버리는 태도는  어쩔거며 덤벙덤벙 실수를 연발하는 건 또 뭐냐 싶은 기분이 들면 사정없이 그냥 가라앉아 버린다.


유예된 오십에는 이런 가라앉음을 빨리 털어내는 능력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살다보면 속상한 일도 있고 내맘대로 안되고 후회하는 순간도 많은데 그때마다 다시 빨리 튕겨서 나올 수 있을 만큼의 내성이 생길 수 있기를.

나이를 먹을수록 몸의 상처는 쉽게 낫지 못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빠르게 재생해서 딱지 재빠르게 생기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침투한 세균과 바이러스  종류도결국 거기서 거기인데. 학습된 마음재생력을 가진다면 오십은 더욱 썩 꽤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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