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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연 Jan 13. 2020

문화자산의 소중함

어릴 때 문화적 자극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질 않고 컸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실로 우울하다. 우리 부모님께 가장 큰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의 부모님은 없이 살아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법을 가르쳐주신 것 같다.
엄마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틈나는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성악공연을 즐감하셨고 공연 팜플렛을 모으셨다. 가끔씩 가곡 LP판을 사가지고 들어오셔서 한국가곡을 애창하셨다. 없는 돈에 삼형제를  피아노 학원에다 집어넣고 배우고 싶을 때까지 배우라고 하셨다. 나랑 내동생은 중학교때 미술학원도 다녔다. 남들 중학교 공부 어렵다고 영어, 수학 과외 시킨다고 난리칠 때 우리 부모님은 왜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하셨을까. 돈이 풍족한 집안도 아녔는데....  

돌아보면 초등학교때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우리를 이끌고 충무로에 있는 영화극장에 가서 우리는 신나게 만화를 보고 엄마는 옆에서 꾸벅꾸벅 조시던 그 모습. 서울 시내에 있는 박물관이며 고궁 투어를 해주시고 방학 때마다 콧바람을 씌워 주시며 일기장에 글 쓸 거리를 내던져 주시던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이 나에겐 큰 자산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성적이 남들보다 크게 뛰어나진 않았어도 늘 인생을 즐길 소재들을 장전하고 살아왔던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도 키울 수 있었고 머릿 속엔 어떤 우주가 들어가 있는 듯 해서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가시질 않았다. 누가 시키는 일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더 찾았다. 뭐 그러니까 20대때 뻘짓도 꽤 했겠지만.


내가 우리 애 둘을 키우는 방식도 결국은 우리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이었구나 싶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애들에게 문화적 자산은 꼭 물려주고 싶었다. 한국의 기형적 입시교육에서 그나마 부모로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문화자산의 힘이었다.
배운대로 생각하고 생각한대로 사는 건 이래 저래 맞는 것 같다. 우리 애들이 훗날 부모를 생각했을 때 나처럼 말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오케스트라활동을 하고 있는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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