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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연 Aug 18. 2022

비극 앞에서 나는

무라세 다케시,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2022.08.17 (화)


조금 은밀한 독서모임 6회가 끝났습니다.


일상은 참 소중한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이나 영화 같은 특별한 계기가 없이도, 이 뻔한 진리를 늘 마음에 품고 살면 좋을 텐데요. 그게 생각보다 제게 어렵습니다.


비극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곤 합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서는 그것이 한 열차의 탈선 사고라는 크나큰 재해였습니다. 열차에 탔던 사람들은 각자 출근길, 등굣길, 아들의 구직을 물으러 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유족들 역시, 하루아침에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미래를 빼앗깁니다.


인생에서 딱 한 번, 저도 마음속 열차의 선로가 예고 없이 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름 착실히 살아가던 하루하루가 그 시점을 계기로 한참을 무너졌었어요. 또 어쩌면 우리 중 누군가는 매일마다 선로를 이탈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견뎌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병든 것은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습니다.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가지에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그것이 소멸하면서 마음에 병이  거죠.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다는 네모토 아버지의  말을 저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눈을 맞추고 말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소중하고, 유한한 기회인 것 같아요. 현실이 달라지지 않아도 그들이 열차에 몸을 싣고 싶은 이유는 그저 말 한마디를 더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우리에겐 이후의 기회 같은 것은 없습니다. 생판 남이지만 가족보다 가까이 연락했던 그녀, 다른 사람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그, 그리고 태어나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분... 모두 이제는 볼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으니까요.


소설 속 떠난 사람들은 선택권이 없었지만 남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선로의 열차가 어찌 됐든 우리도 여전히, 당연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살아있는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령 열차의 요행에 기댈 수 없으니, 아무래도 후회하지 않게 평소에 더욱 표현을 많이 해야겠죠. 생각해보면 무언가 너무 싫어서 못 견디고 말해야겠다- 같은 다짐은 너무 쉬운데, '너무 좋아서 꼭 말해야겠다'는 참 어렵습니다. 노력해보려고요.


마지막으로, 소설이든 현실이든 우리 안팎의 비극은 다른 누군가를 탓하고 싶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내가 할 이야기가 남았다면, 아랑곳 않고 깊이 허리 숙여 감사하다고 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당연한 관계와 더 당연한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눈 맞춤과 대화들 그리고 내 안의 여러 다짐을 지켜나가는 한 주가 되길 바랍니다.



*위 글은 무라세 다케시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서 발췌한 구절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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