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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연 Aug 31. 2022

각자의 혼란,으로 겪어가고 살아가는 우리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2022.08.31 (화)


조금 은밀한 독서모임 7회가 끝났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상상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SF 기반의 여러 이야기 속에서 어쩌면 벌어질 수도,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의 연결성도 찾고자 했습니다.


시대 설정은 완전히 다를지라도, 주인공들이 직면하는 사회적/개인적 결핍의 본질은 오랫동안 우리가 보고 느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빛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인물 '안나'가 등장하는데요. 우주의 웜홀이 발견되면서 기존의 우주 이동수단은 당연한 수순처럼 점차 줄어들고 운영이 중단되지만, 그 경로의 끝에는 안나의 가족들이 사는 행성이 있습니다. 그녀처럼 사회의 효율과 결정에 따라 감당할 수 없는 작별과 기다림을 겪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건 아마 현재-미래 시점과 상관없이, 인류의 발전에 따라 우리가 계속해서 마주해야 하는 문제이지 싶습니다. 물론, 기다리고 인내하며 끝끝내 그곳에 도달하겠다는 건 안나 개인이 선택한 길입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각자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양한 작용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나가고 성장하는 것이 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소설 어딘가에서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 다양한 작용은 너무나 복잡해서, 누군가와의 이별로 인해 평생을 그의 언어를 연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수많은 실험과 고민으로 인해 일생일대의 기회를 저버리고 심해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삼자인 독자로서는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 사람의 선택은 모두 그만의 이유에서 출발한 그의 일부입니다.


자아와 생각, 즉 각종 내적 이유들은 결국 여러 경험에서 만들어지는 나만의 고유한 것입니다. 정의하기 어려운 응집된 마음이기도 하죠. 다만 우리는 그것이 없던 상태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설계된 유토피아에서 살던 개체들이, 지구에서 만남과 행복만이 아닌 이별과 절망도 겪었기에 그 정반합이 없는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직면하고 경험하고 배울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실된 엄마를 다시 찾고, 부정적인 감정을 고체화해서 만지고 들여다보는 비이성적인 행동도 결국 나의 성장에 기여하는 일종의 거름으로 삼으면서.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있지만, 우리는 모두 '겪으면서' 살아갑니다. 행복하든 아니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물론 겪어가는 우리의 모습들엔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한 규칙과 제도를 고민하면서 발전을 도모하는 게 인간 사회 아닐까요. 다름은 사랑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너무 다른 우리들이 현재와 미래의 혼란 속에서도 서로의 겪음과 선택을 보면서 낭만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 글은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발췌한 구절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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