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세 다케시,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2022.08.17 (화)
조금 은밀한 독서모임 6회가 끝났습니다.
일상은 참 소중한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이나 영화 같은 특별한 계기가 없이도, 이 뻔한 진리를 늘 마음에 품고 살면 좋을 텐데요. 그게 생각보다 제게 어렵습니다.
비극은 예기치 못하게 찾아오곤 합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서는 그것이 한 열차의 탈선 사고라는 크나큰 재해였습니다. 열차에 탔던 사람들은 각자 출근길, 등굣길, 아들의 구직을 물으러 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유족들 역시, 하루아침에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미래를 빼앗깁니다.
인생에서 딱 한 번, 저도 마음속 열차의 선로가 예고 없이 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름 착실히 살아가던 하루하루가 그 시점을 계기로 한참을 무너졌었어요. 또 어쩌면 우리 중 누군가는 매일마다 선로를 이탈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견뎌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병든 것은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한 가지에 온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그것이 소멸하면서 마음에 병이 든 거죠.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다는 네모토 아버지의 그 말을 저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눈을 맞추고 말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소중하고, 유한한 기회인 것 같아요. 현실이 달라지지 않아도 그들이 열차에 몸을 싣고 싶은 이유는 그저 말 한마디를 더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우리에겐 이후의 기회 같은 것은 없습니다. 생판 남이지만 가족보다 가까이 연락했던 그녀, 다른 사람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그, 그리고 태어나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분... 모두 이제는 볼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으니까요.
소설 속 떠난 사람들은 선택권이 없었지만 남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선로의 열차가 어찌 됐든 우리도 여전히, 당연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살아있는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령 열차의 요행에 기댈 수 없으니, 아무래도 후회하지 않게 평소에 더욱 표현을 많이 해야겠죠. 생각해보면 무언가 너무 싫어서 못 견디고 말해야겠다- 같은 다짐은 너무 쉬운데, '너무 좋아서 꼭 말해야겠다'는 참 어렵습니다. 노력해보려고요.
마지막으로, 소설이든 현실이든 우리 안팎의 비극은 다른 누군가를 탓하고 싶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내가 할 이야기가 남았다면, 아랑곳 않고 깊이 허리 숙여 감사하다고 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당연한 관계와 더 당연한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눈 맞춤과 대화들 그리고 내 안의 여러 다짐을 지켜나가는 한 주가 되길 바랍니다.
*위 글은 무라세 다케시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서 발췌한 구절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