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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연 Oct 30. 2023

경험과 경험

데이비드 윌리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이번 독서모임의 책은 굉장히 흥미를 끄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은 이 책에 수록된 소설 중 하나의 제목으로, 초호화 요트에 탄 주인공이 최고급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어딘가 불만족스러움이 항상 잔존하는듯한 심리를 세세하게 엿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흔히들 '무언가를 경험해 본다'를 긍정적인 기회로 묘사하곤 합니다. 거기에는 평소 해보지 못하는 행위에 대한 설렘, 모두가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희소성 등 기대감이 묻어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모든 경험이 기대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경험은 우리에게 인상을 남깁니다. 좋은 경험은 행복한 느낌으로, 새로운 경험은 강렬한 기억으로, 별로였던 순간들은 오히려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등 교훈을 배우는 계기가 됩니다.

"육지에 매인 현실에서 성인이 감당해야 할 일상으로 재진입했을 때 이 재진입은 이전에 내가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일주일 뒤에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만큼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박탈감이 들면서도, 그 '선택하지 않음'의 선택조차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저는 어느정도 과거의 내가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쌓은 세계가 있기에 세상을 보는 눈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모임에서 저희가 서로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관점(저출산이 나쁜 건지, 말 바꾸는 게 당연한 건 아닌지, 뉴스를 꼭 봐야 하는지, 죽음이 정말 부정적이기만 한지)을 나누면서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끄덕일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의식하지는 않지만, 타인의 경험과 세계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과 대화는 우리가 자신에게 갇히지 않고 타인을 수용할 수 있게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심지어 랍스터 입장에서 쓰인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를 느끼고 공감하게끔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책과 매체, 또 여러 계기들이 일상과 비일상을 전환시키면서 저희가 모르는 새 활기를 불어넣는데요. 특별히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는 저희의 누적된 대화들이, 글을 쓰면서 돌이켜보니 제게는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라고 새삼 느껴지는 밤입니다.


 어느덧 서로가 서로에게 모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관계가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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