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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Sep 26. 2019

되살아난 옛집, 연남동 뉴트로 여행

마포에 살며 마포를 여행하는 이야기 006

기억도 희미한 꼬꼬마 시절, 사진 속의 어린 나는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으로 가득찬 눈빛을 한몸에 받으며 강아지 '해피'와 놀고 있었다. 젊은 날의 아빠는 어린 딸의 일상을 사진으로 많이 남겨놓으셨는데 거실에서, 계단에서, 엄마의 화장대 옆에서, 현관에서, 대문에서, 마당에서, 집앞 길가에서 나는 늘 강아지 '해피'와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였다. 그리고 그 뒤엔 어김없이 상도동 집이 있었다. 나는 네 살 무렵까지 상도동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그 집은 1970년대에 집장사들이 지은 이층양옥이었다. 사진 속에서나마 볼 수 있는, 기억에도 없는 그 집이 그리워 찾아가보고도 싶었지만 부모님은 그 집의 주소를 기억하지 못하셨다. 설령 주소를 알아내 찾아가본다 한들 벌써 헐리고 새집이 들어섰으리라. 아마도 이젠 영영 가보지 못할 나의 옛집.


1970-80년대에 지어졌을 법한 오래된 단독주택들을 보면 내 어린 시절 사진 속의 집과 오버랩되곤 한다. 연남동 주변에는 그 즈음 지어졌던 단독주택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데, 골목길을 걷다 사진 속 집과 비슷한 주택을 만나면 예전의 우리집이 이랬을까 잠시 멈춰서서 상상의 나래를 펴보곤 한다. 



최규하대통령가옥.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극중 동룡이의 집이었다.


1972년 최규하 전 대통령이 직접 건축하여 거주한 사저


50년도 더 된 선풍기 등 오래된 생활용품도 전시되어있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구옥을 허물어 신축하지 않고 감각적인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되살린 로컬편집숍 '연남방앗간'과 식물카페 'VERS'가 더 반가웠던 건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삼십대 청년들에게는 그곳이 '뉴트로감성카페'일 뿐이겠지만, 내게 그곳들은 영영 가보지 못할 나의 옛집에 대한 그리움이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교동의 '최규하대통령 가옥'은 특히 그 어떤 리모델링이나 공사조차 없었던 집이어서 부모님의 생활상을 더욱 생생하게 상상해볼 수 있는 곳이다. 엄마는 이런 주방에서 이렇게 밥을 지었겠구나, 나는 계단에서 이렇게 놀았겠구나, 이층 발코니에서 마당을 내려다보면 이런 풍경이 보였겠구나...... 최규하대통령은 1976년 제12대 국무총리로 부임하기 전까지, 그리고 1980년 대통령직을 사임한 이후부터 2006년 서거할 때까지 가족들과 함께 이 집에서 거주했다. 연탄 보일러, 흰 고무신, 30년이 넘은 라디오, 50도 더 된 선풍기 등의 유품 등 1950년대 이후의 다양한 생활용품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연남동 뉴트로 여행의 추천코스는 서교동에서 시작해 연남동을 거쳐 연남동과 연희동의 경계에서 끝난다. 최규하대통령가옥에서 옛추억을 되살리고 약다방봄동에 들러 족욕을 한 다음 VERS에서 당근케이크로 요기한 뒤 연남방앗간에서 참깨라떼를 마시고 참기름도 한 병 구입해 보자.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수집하는 콜렉터의 공간 서울콜렉터에서 <환상 서울> 전시를 감상한 다음 연남장에서 로컬 팝업식당의 음식을 맛보자. 부모님과 함께라면 더욱 추억돋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연남동 뉴트로 여행 추천코스

합정역 2번출구 - 최규하대통령 가옥 - 약다방봄동 - VERS  연남방앗간 - 서울콜렉터 - 연남장



최규하대통령 가옥 (서교동 467-5) 1972년 최규하 전 대통령이 직접 건축하여 거주한 사저로, 1950년대 이후의 다양한 생활용품이 전시되어있다.

약다방봄동 (동교동 203-36) 족욕과 한방차가 있는 카페 약다방

VERS GARDEN & HOUSE (연남동 246-22) 허브가드닝카페. 경의선숲길공원 끝쪽 오른편. 식물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당근케이크나 가든티, 허브쉐이크를 먹어보자.

연남방앗간 (연남동 257-22) 1970년대에 지은 이층주택을 개조해 만든 창작자를 위한 동네 편집상점. 고소한 참깨라떼가 일품이다. 

서울콜렉터 (연남동226-23, 2층)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공들여 수집하는 콜렉터의 공간. 다양한 세대의 생각이 공존하는 사교공간을 꿈꾼다.

연남장 (연희동 218-15) 연남동과 연희동의 경계에 자리한 로컬크리에이터라운지. 유리 공장과 택시회사 사무실을 거쳐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거대한 출입문, 확트인 층고, 평소에는 커피테이블로 사용되지만 공연이나 강연 때는 무대로 사용되는 금빛 대형 테이블,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마치 오페라하우스 발코니석을 연상케하는 복층 공간이 특징이다. 연남방앗간과 연남장은 '어반플레이'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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