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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Dec 08. 2020

눈칫밥 맛

쌉쓸하니, 몸에 좋은 한약맛

'다시 독립할 때가 됐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부모님이 의도치 않게

눈칫밥을 주시기 시작했다.

'곰돌이 푸' 체형의 아버지가

술만 취하면 푸념을 늘어놓으신다.

두 아들 걱정을 그렇게 하신다.

그런 귀여운 매력의 아버지를 보고

나와 동생과 엄마는 낄낄대며 웃지만

어느새 그 아버지의 푸근한 푸념도

이젠 더 이상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그런 짠한 뭔가처럼 느껴졌다.


아침부터 부동산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한국에선 처음이었다.

보증금 500, 월세 45.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다.

묘한 기분이다.

이게 현실인가.


이제껏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하면서도

막상 내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열심히 산 게 맞는 건지

알 수 없다.

현 자 타임.


'나갈 수 있겠지?'

'나가긴 나가야지.'


부모님의 의도치 않은 눈칫밥 덕에

내가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할 수 있었다.

마음이 흐트러지고 나약해지던 요즘

다시 한번 굳세게 각오를 세운다.


정신 차리자.

난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일어서자.

움직이자.

나아가자.


일단 먼저 집에서 좀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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