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쓸하니, 몸에 좋은 한약맛
'다시 독립할 때가 됐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부모님이 의도치 않게
눈칫밥을 주시기 시작했다.
'곰돌이 푸' 체형의 아버지가
술만 취하면 푸념을 늘어놓으신다.
두 아들 걱정을 그렇게 하신다.
그런 귀여운 매력의 아버지를 보고
나와 동생과 엄마는 낄낄대며 웃지만
어느새 그 아버지의 푸근한 푸념도
이젠 더 이상 웃어 넘길 수만은 없는
그런 짠한 뭔가처럼 느껴졌다.
아침부터 부동산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한국에선 처음이었다.
보증금 500, 월세 45.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다.
묘한 기분이다.
이게 현실인가.
이제껏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하면서도
막상 내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열심히 산 게 맞는 건지
알 수 없다.
현 자 타임.
'나갈 수 있겠지?'
'나가긴 나가야지.'
부모님의 의도치 않은 눈칫밥 덕에
내가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할 수 있었다.
마음이 흐트러지고 나약해지던 요즘
다시 한번 굳세게 각오를 세운다.
정신 차리자.
난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일어서자.
움직이자.
나아가자.
일단 먼저 집에서 좀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