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는 치명적인 유혹
이른 새벽
잠시 벤치 위에 앉는다.
눈 앞에 살이 뒤룩뒤룩 찐 비둘기가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어가는 게 보인다.
역 앞 맥도날드엔 비만 비둘기들이 많다.
저 새들은 사람들이 버리거나 흘린 음식물로
쉽게 배를 채우며 살아간다.
주어진 환경이 제공해준 편안함 속에서
굳이 어렵게 먹이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비둘기 옆을 지나갈 때에도
날개를 퍼득 거리는 게 굉장히 둔해 보인다.
걸음 걸이도 상당히 느리고
사람을 피해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듯한 모양새다.
저렇게만 살아간다면
시간이 지나 저들은
본래의 야성을 천천히 잃어버리겠지.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다리 근육과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다닐 수 있게 해 줄 날개 근육이
조금씩 사라져 갈 것이다.
멀리서도 날카롭고 정확하게 먹이를 찾아낼 수 있는
시력도 점점 퇴화되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동력이자 본성인
배고픔이란 것을 잊어버린 나머지
저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 기술인
사냥법조차 잊어버릴 것이다.
편안함이란 이렇게
천천히 그들의 야성과 본능을,
그리고 삶의 필수적인 동력과 능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아주 천천히.
과연 우리 인간은 저들과 다를까.
과연 지금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
비둘기들과 함께
맥도날드 앞을 서성이며
되뇌어 본다.
그러므로
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겠어.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