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배우기 도전, 대망의 2번째 곡
기타를 배운 지 한 달이 지났다.
40시간 정도 친 것 같다.
죽기 전에, 악기 하나 정도는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한 도전이었다.
어렸을 적 주변 친구들이
한번씩은 다 다녀본 피아노 학원 같은 곳도
다녀본 적이 없었다.
재능이 없던 건지 관심이 없던 건지
30년 세월 동안 악기와는 연이 없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리코더, 단소, 아코디언, 심지어 장구까지
내 손에만 들어오면
제각기 내야 할 본연의 소리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창의적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악기와 연이 없던 내가
서른이 넘은 지금에서야
제대로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 졌다.
기타를 잘 쳐보고 싶었다.
기타를 잘 치는 친한 동생에게
기타도 얻고, 기초를 배워보기로 했다.
처음엔 <여수 밤바다>라는 곡을 치고 싶었다.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고,
(특히 술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성방가하며 부르는 곡이기도 하고)
입문자가 배우기 쉬운 곡이라고 했다.
시작 한 시간 만에 때려쳤다.
제대로 된 '코드 잡기'는커녕
손끝으로 기타줄 하나
오래 누르고 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마이 아펐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연주곡은
화려한 <여수 밤바다>에서
검소한 <곰 세마리>로 바뀌었다.
(이 마저도 완주하는데 힘들었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곡을 완주해봤다.
뿌듯했다.
그로부터 3주 동안
꾸준히 쳤다.
매일 조금씩 쉬지 않고 쳤다.
어떤 날은 몇 시간씩 내리 쳤고,
바쁜 날은 짬짬이 10분씩 쳐냈다.
그렇게 치고 싶었던 곡을
드디어
완주했다.
행복했다.
처음엔 기타가 나와 안 맞나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포기를 부르는 악마의 유혹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줄만 튕기면, 나서는 안 될 소리가 자꾸 났다.
나야 할 소리가 안 나니
연주는커녕, 앉아 있는 것조차 스트레스였다.
기타에게 화가 났다.
'뭐가 문제야. 나한테 왜 이래.'
몇 번이나 기타를 반으로 접어버릴까 고민했다.
하지만 참았다.
문제는 내 손구락이니까. 내 실력이니까.
그렇게 소심하게 한번
기타를 집어던지는 걸로 타협했다.
(내구성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2주 차가 되니,
나야 할 소리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 아이에게 정이 들기 시작했다.
오래 보고, 만지고, 곁에 두니 천천히 좋아졌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기타를 배우는 건 인내심을 배우는 일이라고 했다.
곡을 이루는 여러 개의 코드를
하나하나 머리로, 손으로 익히기 위해선
줄을 누를 때, 손끝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같은 동작을 반복 반복해내야 한다.
기타를 배우는 건
도 닦는 일과 비슷했다.
마침내 완주를 해냈다.
별 볼일 없는 연주다.
누구에게 들려주기엔
부끄러울 정도의 실력이지만
그래도 여기에 올렸다.
뿌듯하니까.
앞으로도 백수의 연주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