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연주곡
난생 처음 기타를 배워봤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악기를 하나 배우고 싶었는데
서른이 넘은 지금에서야
겨우 기타라는 걸 한 번 배우게 됐습니다.
대학생때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꽤나 기타를 프로처럼 잘 치는
친한 동생 한 명에게
기타를 좀 가르쳐달라고 했습니다.
예전에 쓰던 기타를 주겠다며
한 번 놀러 오라고 하더군요.
기타와 무료 강습의 기회를 얻어
2시간이 좀 안 걸리는
광명사거리까지 신나게 날아갔습니다.
물론 귀한 아이템과 시간을 내준 동생에게
성의 표시로 소정의 강의료를 지급해줬습니다.
(그걸로 저녁에 같이 술 사 먹었지만)
꼭 한 번 쳐보고 싶은 곡이 있었습니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라는 곡인데
죽기 전에 기타 매고
여수밤바다 앞에서
아니면 저기 가까운 을왕리 밤바다에라도 가서
언젠간 이 노래를 한 번
꼬옥! 쳐보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항상 있었거든요.
하지만 기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이론 교육부터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악보도 읽을 줄 모릅니다.)
바장조니, 다장조니, C코드니 G코드니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이렇게도 복잡한
이론의 일부였다는 게 슬슬 짜증이 나더군요.
다짜고짜 이론 교육은 다 집어치우고
코드 잡는 법과 혼자 연습할 수 있는 법이나
좋은 말로 할때 빨리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피식피식 웃어대던 동생이 결국
코드 잡는 법부터 곧장 알려줬지만
이번엔 손가락이 문제였습니다.
코드를 잡기 위해선
왼손의 손가락 끝으로 줄을 세게 누르고 있어야 하는데
30분도 안 돼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기타줄에 세게 눌린 손가락 끝에서 오는
그 짜릿하고도 참을 수 없는 고통.
더 이상 제가 기타줄을 못 잡겠다고 해서
결국 수업은 한 시간 반 만에 끝.
다음날 집에 와서 혼자 연습을 했습니다.
역시 뒤지게 아프긴 마찬가지.
손가락 끝에 데일 밴드를 붙이고
연습하고 연습하고
밴드가 너덜너덜 해지면
또다시 새 밴드를 붙여서 연습하고
그렇게 3시간을 내리 연습했습니다.
많은 연습시간은 아니지만
제가 손가락의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최대 한계치였습니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타로 한 곡을 완주했습니다.
그 곡은 바로.
네.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동생의 집을 방문하고 수업을 듣는 순간
단박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
<여수밤바다>는
기타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인 내가
며칠 만 연습해서 단박에 칠 수 있는 곡이 아니구나.
그래서 급히 바꿨습니다.
하루 이틀 만에라도
완주를 할 수 있는 곡으로.
그렇게 쉬운 곡부터 시작해서
한 곡 한 곡 완주를 해봐야
기타를 즐겁게 오랫동안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냥 마음이 급했어요.)
그래도 전 만족합니다.
곰 세 마리ㅋ
그렇게 백수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악기를 하나 배워
음악이란 걸 연주해봤습니다.
솔직히 굉장히 뿌듯합니다.
앞으로는 <여수밤바다>도 잘 연습해서 치고
사랑의 세레나데도 연습해서
언젠간 사랑하는 이 앞에서도
멋지게 불러주렵니다.
ㅋ 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