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tvN <유퀴즈온더블럭> 유튜브
28년 만에 고시공부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분이 계십니다.
그게 꿈이었답니다.
일면식도 없지만, 자상하니 푸근한 외모를 가진
그 절절한 사연을 저리도 담담히 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왠지 모르게 그에게 존칭을 쓰고 싶은 마음까지 듭니다.
28년입니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한한 인생의 절반을 갈아 넣은 것이죠.
그 시간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응축되어 있을 겁니다.
고시공부를 하면서도
가정을 책임지고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와 경비일을 오랫동안 하셨답니다.
이번엔 합격했다는 확신에 차
기쁜 마음으로 첫 아이를 받았지만,
이번에도 떨어졌단 소식에
얼마나 막막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마침내 28년 만에 고시에 합격한 그는
가장 먼저 어머니께 소식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합격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담담히 '고생했다'는 말을 아들에게 전하고
2달 뒤에 편히 눈을 감으셨다고 하네요.
아침 글감을 떠올리다
문득 떠오른 이 분의 스토리를 다시 보는데
참 많은 질문이 피어오릅니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나라면 28년을 견뎌낼 수 있을까?'
'꿈을 이룬 뒤엔 행복했을까?'
끝내 저는 그의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어느 누구도 그럴 수 없겠죠.
나라면 그 시간의 반만큼도
그를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꿈을 이룬 뒤에도
그리 행복할 것 같지 않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었을 텐데.
포기했다면 다른 삶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나라면 저렇게까지 한 길을 걸기 위해
맹목적으로 삶을 쏟아붓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결론에 도달한 뒤에도
저분의 삶이 저리 빛나 보이는 건 왜일까요.
마음속 한켠으로 너무나 위대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낱낱이 설명할 수 없는 먹먹한 감동이 전해지는 이유가 뭘까요.
최근 많은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무서웠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문득 멈춰서 보니
이 길이 어딜 향해 뻗어 있는지,
나는 어딜 향해 가고 있던 건지,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불현듯 알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선명했던 많은 것들이
갑자기 모두 불분명해져 버렸습니다.
백수지만 부끄럽거나 두렵지 않았습니다.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내가 옳게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돌아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잘못된 길로 너무 많이 와버린 걸까.
여러가지를 시도해봤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게 아닐까.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내가 아니 괜찮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건 세상으로부터 도망가는 게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동전의 양면처럼 앞뒤로 뒤집혀가며
끝날 줄을 모릅니다.
지금의 내가 이렇기에
저분의 사연이 제겐 너무나 절절했고,
빛나 보였고, 가슴 깊이 와 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분명한 꿈을 이루기 위해
오롯이 정해진 한 길을 걸으며
자신의 전부를 쏟아부어 버린 사람.
그 과정에서 마주쳤을 무수한 위기 속에서도
수 없이 넘어지고 다쳤을 테지만
끝내 목적지에 다다를 용기와 인내로 모든 걸 이겨낸 사람.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
나와는 너무나 달라 보이는 사람.
그렇게 나와 다른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방황하는 백수는
오늘도 번뇌에 가득 차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