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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Jan 13. 2021

백수라 할 수 있었던 50가지 도전

2020.07.01-12.31

작년 3월 귀국 후,

한국에 정착하기로 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실감이 안 났습니다.

더 이상 세상에

여행자를 반겨줄 나라가

단 한 곳도 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가슴이 뛰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과감히 취업까지 포기한 채

2년을 준비해 온 꿈이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단 하나의 목표.

세계일주는 제게 그런 일이었습니다.


막막했고, 앞이 깜깜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된 그 시간을 거쳐

오래 지체하지 않고

과감히 꿈을 내려놓았습니다.

어쨌든 변해버린 세상에 맞춰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야 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백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시기도 어쩌면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고.

힘겹게 나를 바로 세워봤습니다.

그렇게 다시 나와 세상을 마주했습니다.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일,

죽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리스트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지워가듯

한줄, 두줄 지워왔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백수로 사는 1년 동안

100가지의 도전을 해보겠다는 취지로

'백수프로젝트'라는 걸 시작했습니다.

20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 184일 동안

총 50가지의 도전을 해보았죠.


유튜브 - 백수시대 (참 해맑네)


1. 백수프로젝트 시작

2. 영상제작 공부

3. 유튜브 시작

4. 구독자 100명 달성 - 실패

(원래 목표는 1,000명이었단 건 비밀)



<루틴 지키기>

5. 기상시간 지키기

6. 아침 식단 & 영양제

7. 아침 스트레칭

8. 아침 명상

9. 아침 독서

10. 아침 일기

11. 동기부여 시간

12. 매일 글쓰기(주 5일)

13. 운동(홈트/러닝)

14. Daily Planning



15. 브런치 작가 되기

16. 브런치북 발간

17. 글쓰기 공모전 입상 (5전 5패)

18. 1년 책 50권 읽기 - 6개월 간 총 26권 완독

19. 복근 만들기 & 바디 프로필 (실패)

20. 허리/무릎 재활치료 - 성공


<셀프마라톤 기록 경신>

21. 3km

22. 5km

23. 7km

24. 10km

25. 15km


<한계 극복>

26. 번지점프

27. 패러글라이딩

28. 기타 배우기

29. 첫번째 연주곡 - 곰 세마리

30. 두번째 연주곡 - 여수 밤바다

31. 3일 단식 (실패)

32. 담금주 만들기



<효도 하기>

33. 사랑의 콜센타 연결 (실패)

34. 미스터 트롯 콘서트 티켓팅



<부업 찾기>

35. 에어비앤비 (실패)

36. 블로그 수익화 (실패)

37. 스마트스토어 (실패)

38. 프립&소모임 수익화 (실패)



<자격증 취득>

39. 독서토론 지도사

40. 논술 지도사

> 부업 시작(애기들 가르침)


<진행 중인 도전>

41. 버스킹 도전

42. 영정사진 찍기

43. 하프 마라톤(21.0975km)

44. 국내 최장 길이 짚라인 (in 하동)

45. 글쓰기 공모전

46. 재테크 공부

47. 워드프레스 공부

48. 자전거 국토 종주

49. 자동화 수익 창출

50. 국내 10대 명산 하이킹




기분이 묘합니다.

이게 다 뭔가 싶은 마음이랄까요.

한편으론 뿌듯하면서

한편으론 여전히 막막합니다.

분명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온전히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고, 내 마음이 가는 일들을 하며

즐기면서 살아온 행복했던 6개월이었습니다.

동시에 마음 한 켠에

이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싶은 허무함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백수가 되어버린 작년의 나와

여전히 백수로 남은 지금의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 많은 일들을 자기만족 삼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실천해봤지만

내게 남는 게 무엇이 있나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 많은 일들을 해봤지만

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요새 참 싱숭생숭하네요.


그래도.

아직 6개월이 남았습니다.

100가지를 목표로 삼았고,

50가지 밖에 못 해봤으니

아직 뭔가 답을 찾기란

섣부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위안을 얻습니다.


살면서 내게 이런 시간이

언제 또 주어질 수 있을까

그런 감사함과 긍정적인 태도로

남은 시간 동안에도

백수는 또 한번 열심히 달려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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