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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amI Sep 26. 2019

7.딸은 엄마의 친구가 아니다.

母女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싫어지는 말이 있다.

- 엄마한테는 딸이 필요해.

- 엄마랑 딸은 친구사이잖아.


아마 나 말고도 많은 딸들이 공감할 것이다. 실제로 내 주위 친구들은 꽤 공감한다.


난 엄마뿐 아니라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편이다. 엄마랑 단둘이 여행도 즐기고 다니고, 부모님과 화기애애하고 이쁨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으며, 어릴 적부터 많은 대화도 나누고 나의 절친들은 부모님도 알만큼 가까운 사이이다. 단순히 부모님과 가까운걸 싫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형제관계는 나보다 2살 많은 오빠가 있다. 어릴 적부터 은근히 '첫째니깐', '오빠니깐'이라는 것들이 존재했고( 뭐 사실 '둘째니깐', '동생이잖아~'라는 특혜를 받은 것도 사실 인다! ㅇㅈ) 아들이라 듬직하다는 말도 참 많이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두 자녀가 다 성인이 되고 아들은 갈수록 무심해지고 과묵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듬직한 자식은 '딸'로 바뀐다.


내가 성인이 되고 조금씩 더 독립적으로 되고 내 밥벌이를 할수록 사람들은 '딸이니깐 엄마랑 친구처럼 지내겠네~', '딸이 있어서 좋겠다~ 같이 놀러도 다니고'로 바뀌었다. 왜 아들은 친구일 수가 없을까?


난 아직도 엄마랑 많은걸 공유하고 많은 대화를 한다. 단순히 그렇기 때문에 친구는 아니다. 내가 느끼기에는 엄마들은 딸들에게 '친구'라는 관계하에 많은 감정을 쏟아낸다. 마치 진짜로 내가 친구들을 만나서 온갖 주제로 수다를 떨고 이 사람 저 사람 흉을 보듯이 딸에게 하신다. 하지만 엄마와 딸이 친구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친구 관계'라면 친구의 고민을 듣고 누군가의 흉을 들어도 같이 맞장구 쳐주고~ 우쭈쭈~ 해주고 응원을 해주면 되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나에게 큰 마음의 짐이 돼버린다.


나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한 것은 '엄마의 시댁 흉(나에게는 친가 쪽 사랑하고 소중한 친척이다)', '우리 친오빠에 대한 섭섭함(나에게는 같은 엄마의 자식이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크다.


나도 며느리가 되어보니 왜 '시'자가 같은 상황이어도 힘들고 거부감이 드는지 이해는 한다. 하지만 굳이 나에게 까지 안 알려도 되는 사실까지 알려버리면, 나의 마음은 무겁다. 이런 것들을 아는 척할 수도 없고, 시댁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해내는 엄마를 보면 내 마음은 또 짠하다.


엄마와의 갈등이 쌓이고 쌓여 폭발한 사건은 바로 '친오빠의 결혼식' 문제였다. 친오빠가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당시 우리 오빠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요새 어린것들은 자기들만 생각하고 어른들은 생각 안 해!'라는 말이 나오는 간소화 하여 허례허식을 없애고 싶어 했다.(아마 오빠는 새언니에게 결혼 전에 "우리 엄마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이런 거 복잡한 절차 생략해도 다 이해하셔~"라고 했을게 뻔하다.)

 엄마는 아들 앞에서는 쿨하게 동의하셨지만, 마음속 진심은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빠 앞에서는 쿨한엄마였고, 나에게는 '아들 때문에 섭섭해서 가슴이 미어터지는 엄마'였다. 나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왜 엄마는 아들과 딸 앞에서의 모습이 다를까? 나에게는 섭섭한 거 아쉬운 거 다 털어내면서... 왜 오빠한테는 안 그럴까? 왜? 그렇게 듬직하고 의지하는 아들이라면서?


오빠의 결혼 준비가 계속될수록 불만은 쌓이고 쌓였고... 아마 친오빠는 아직도 우리 엄마가 그 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모를 것이다. 여차저차 결혼을 하였고 문제는... 결혼을 하고서도 아쉬움 섭섭함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오빠에게 내색을 하지 못하였고, 그런 엄마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자신도 친오빠를 대면하는 게 불편했다. 얼굴을 볼 때마다 '어이구... 넌 아무것도 모르지? 참 좋겠다. 아무것도 몰라서'


하루는 하소연을 듣다 듣다 나도 화가 나서 "엄마! 나한테 왜 이래? 이런 말은 오빠한테 직접 해! 왜 계속 나한테 그러는 거야? 내가 대신 오빠한테 말해줘? 그러길 지금 바라는 거야? 지금 힘들어하는 엄마 마음을 없애 줄 사람은 오빠뿐이야! 지금이라도 이야기해!" 말을 하니 엄마는 질색팔색 하셨고, 오빠한테는 이런 말 하지도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끝내 내뱉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었다.

"엄마! 난 딸이지 엄마랑 친구 같은 건지 친구가 아니야! 난 엄마의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힘들어!"


나는 엄마의 친구처럼 엄마의 하소연, 불만을 듣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엄마이고 나의 하나뿐인 엄마이다. 엄마랑 이런 대화를 할 때마다 '아니 도대체 우리 엄마는 무슨 마음의 짐이 저렇게 많아? 저러고 어떻게 살지? 저러고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야? 하아.. 내가 해결해줘야 하나?' 내가 마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고 해결해줘야 할 것만 같다. 나의 하나뿐인 엄마니깐!


엄마는 나의 저 폭탄발언에 충격을 먹으셨고, 서로 어색한 시간을 가졌다. 그 뒤로 엄마도 조심하게 되었고 나도 괜스레 미안함에 더 아무렇지 않은 척하였다.

결혼을 한 지금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너도 자식 낳아봐라~", "요샌 딸이 좋아! 딸이 있어야 비행기라도 탈 수 있다!", "엄마는 딸이 있어야 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도대체 딸들한테 왜 그런가요?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그렇게 살아야 하나?

아들이니깐 부모님 걱정 덜해도 되나? 아들이니깐 무심해도 괜찮은 건가?


나는 엄마와 친구이고 싶지 않다. 엄마는 엄마의 위치에서 딸은 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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