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울증에 걸린 공무원입니다 38
우울증 약의 복용을 중단한 지 일주일 가량이 지났습니다. 약을 끊으면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겪어보니 꽤나 힘들고 성가십니다.
일단 귀에서 이명이 계속 들립니다. 마치 라디오의 잡음처럼 '지이이잉'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피곤합니다. 원래 만성피로 자체가 직장인과 떼어놓을 수 없는 친구이긴 합니다만 평소보다 좀 더 피곤하고 많이 졸리네요.
무엇보다도 괴로운 건 어지럼증입니다. 결코 멈추지 않고 영원히 가동되는 놀이기구라도 타고 있는 기분입니다. 심할 때는 두통에 가까운 느낌이고 그럭저럭 괜찮을 때도 현기증이 생깁니다. 특히 가만히 있다가 움직일 때, 귀에서 이명이 커지면서 확 하고 어지럼증이 덮쳐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곤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주 내내 컨디션이 추락해 있습니다. 마치 제가 보유한 주식의 현재가처럼 말이지요.
저는 담당의사분의 판단에 따라 꽤나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복용량을 줄였습니다. 그걸 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한다더군요. 그런데도 이 정도의 증세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 갑작스럽게 약을 중단하는 경우에는 어찌 될지, 생각도 하기 싫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사의 지시 없이 약을 끊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굳이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내과든 외과든 간에 관계없이, 의사가 약 다 챙겨먹으라고 신신당부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라는 마음으로 복약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기왕 돈 주고 받아온 약인데 아깝지 않은가 싶은 게 제 심정입니다만, 세상에는 약이라는 물건 자체를 마뜩찮게 보는 사람이 많은 듯합니다. 더군다나 '정신과 약'이라는 명칭 자체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험자로서 장담하는데 항우울제는 정말정말 좋은 약입니다. 물론 저 자신도 약을 먹다가 중단함으로서 이런저런 부작용에 시달리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애당초 이 약을 통해 제가 얻은 효용을 생각한다면, 솔직히 이 정도 부작용쯤이야 무척이나 저렴한 대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에 빠져서 죽기 직전인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면 인간적으로 너무 야박한 거 아닐까요.
그럴지라도 이 증세들이 너무 오래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꽤 괴롭거든요. 다행히도 대개 한 달 안에는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일단은 꾹 참으면서 버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