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짜리 튀르키예 여행 (여섯째 날)
입술이 터졌다. 혀에 구내염이 두 개 났고 거울을 보니 코 옆에 없던 뾰루지가 생겼다. 손톱이 갈라졌고 거스러미가 무려 일곱 손가락에 돋아났다. 나는 피로에 절어 있었다.
이게 슬프게도 사십대 중반이라는 나이 탓인지, 아니면 평소 운동부족이 워낙 심했던 탓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래도 둘 다가 아닐까 싶다. 혹시나 해서 어플을 확인해 보니, 튀르키예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내가 하루에 걸은 걸음수는 기껏해야 일만 하고도 칠팔천 정도에 불과했다. 한창 때였다면 팔팔했을 텐데.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좋아. 투덜거리는 건 이쯤 해 두자.
오늘은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투어를 신청한 날이다. 돌마바흐체부터 시작해서 예레비탄 시라이나 톱카프 궁전 등, 유명한 곳을 돌아본다. 튀르키예의 경제가 파탄난 탓인지 관광지마다 입장 요금이 살벌하다. 우리 돈으로 삼사만 원 정도는 예사로 받고 그보다 많은 경우도 잦다. 무려 165유로나 주고 뮤지엄패스를 샀는데 적용되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런데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돌마바흐체는 화려함을 넘어선 사치스러움이 무지막지해서 감탄만 나올 정도였고, 그렇기에 그 강대했던 오스만 제국이 어쩌다가 그 모양 그 꼴로 망했는지를 말없이 웅변하는 것만 같았다. 반면 전성기 때의 톱카프 궁전은 오히려 질박하기까지 해서 다른 의미로 감탄이 나왔다.
아야 소피아는 다른 의미로 인상적이었다. 튀르키예의 현 대통령 에르도안이, 아마도 꽤나 정치적인 이유로, 박물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다시 모스크로 돌려놓는 바람에 들어가려면 따로 25유로를 내야 하는 방식이었다. 원래 가보려 했던 코라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밖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 끝.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는 들어가서 둘러볼 수 있었다. 원래 종교는 없지만 종교 관련 건물은 무척 좋아하기에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투어가 끝나자 나는 예상대로 완전 녹초가 되어 있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숙소에 복귀해서 잠시 쉬다가, 저녁시간에 맞춰 나가서 라크 한 잔을 곁들인 이스켄데르 케밥을 한 접시 해치웠다. 아마도 그 라크가 결정타였나 보다. 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았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밤 2시였고 나는 괴상한 자세로 가로누워 자는 중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늦은 양치를 마친 후, 그대로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