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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려면 노오력이 필요하다

사진 한 장 짜리 튀르키예 여행 (여백13)

by 글곰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는 건 전투에 가깝다. 먼저 서울처럼 정류장에 도착시간 알람판이 있지만 믿어선 안 된다. 안 맞기 때문이다. 항상 눈으로는 도로를 주시하면서 내가 타려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류장에 앉아 있지 말고 차도로 나가 있는 걸 추천한다.


버스가 확인되면 일단 뛰어야 한다. 뛰면서 손을 흔들면 더욱 좋다. 그러지 않으면 그냥 슝 지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직접 겪은 일이다. 버스가 그냥 지나가자 사방에서 세계 각국 언어로 욕설이 들려오는 건 꽤나 진귀한 경험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한국어도 있었다.


여하튼 온몸으로 나는 이 버스를 타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내야만 비로소 기사가 문을 열어준다. 교통카드를 찍고 타자. 의자도 잘 골라야 한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남들보다 키가 큰 편인데, 아무 자리에나 덥석 앉았더니 무릎이 앞쪽 의자 등판에 걸려서 도저히 똑바로 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마침내 버스를 탔다면, 축하드립니다. 이제 당신은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버스 기사 양반의 현란한 핸들링에 멀미가 나지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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