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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여행 욕심에 아이는 골골

사진 한 장 짜리 튀르키예 여행 (여백7)

by 글곰


혼자 다니다 보니, 아무래도 가족이 같이 다닐 때와는 달리 시야가 넓어진다. 튀르키예를 다니면서 가족 단위로 다니는 전 세계 여행객들을 자주 만났다. 그런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상당히 많은 아이들은 피로에 찌들고 무료함에 지친 얼굴이었다.


하기야 그럴 것이다. 이른바 유명한 관광지라는 곳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감흥으로 다가올지, 나는 자신이 없다.


내가 본 한국인 가족이 있었다. 나는 단 한나절 사이에 그들을 야간버스에서 만났고, 파묵칼레에서 만났고, 히에로폴리스에서 만났다. 무슨 투어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날은 내가 강행군을 반복하면서 가장 심하게 피로를 느낀 날이었다. 하물며 초등학생으로 보였던 그 아이들은 어떠했을까.


이제야 나는 평소 아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행 일정을 짰는지 알 것 같다. 왜 그렇게까지 일정이 철저하게 계획적인지, 그러면서도 왜 그렇게까지 헐렁해서 여유가 흘러 넘치는 시간표였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역시 떨어져 있어야 보이는 것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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