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짜리 튀르키예 여행 (일곱째날)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오후 세 시쯤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그러면 세 시 전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니면 되겠다는 간단명료한 결론을 내린 후 아침부터 서둘러 움직였다. 전날 많이 잔 덕인지 컨디션은 괜찮았다. 호텔 조식에서 멜론 스무 조각과 커피 두 잔을 뱃속에 쏟아부은 후 길을 떠났다.
갈라타 탑은 과거 감시탑 역할을 하던 곳이다. 꼭대기에 올라가니 과연 옛 콘스탄티노플의 지형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는 흔히 말하는 밀덕이 아니지만, 톱카프 궁전이 위치한 옛 콘스탄티노플이 얼마나 요충지인지는 층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갑작스레 일정을 바꾸어 버스를 타고 테오도시우스 성벽으로 향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콘스탄티노플의 육지 방면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전근대 시대의 가장 난공불락이었던 성벽으로.
과연 볼만한 곳이었다. 하지만 언덕을 위아래로 돌아다니며 긴 성벽을 둘러보다 보니 그야말로 땀투성이가 되어버렸다. 툴툴대던 차에 마침 근처에 터키식 목욕탕인 하맘이 있는 게 아닌가? 잘됐다 싶어서 슝 하고 들어갔다. 주인장이 할 수 있는 영어는 헬로우와 땡큐뿐이였고 세신사는 거기다 덧붙여서 사우나, 싯, 스탠드, 마지막으로 머니까지 말할 줄 알았다. 여하튼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한 후 시원하게 때를 밀고 나오니 상쾌한 기분이었다. 내가 낸 돈은 우리돈으로 25000원 정도였는데, 찾아보니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들의 1/4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덕분에 한결 상큼해진 기분으로 이리저리 많이도 쏘다녔다. 슐레이마니예 모스크에 가서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는 모스크 내부도 구경하고, 이집션 바자르에 들러서 기념품도 몇 가지 챙겼다. 그 유명하다는 카이막도 먹어주고,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고양이들도 만나고, 옥수수도 하나 사먹고 하다 보니 슬슬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서 바람이 거세지는 듯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일찍 일어났던 새는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비가 안 오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