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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서 담배 연기에 질식하겠네

사진 한 장 짜리 튀르키예 여행 (여백10)

by 글곰


튀르키예 여행에서 가장 괴로운 건 담배 연기다. 흡연자에게 매우 관대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예사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뻐끔뻐끔이다. 덕분에 나는 죽을 맛이다. 특히나 운전사들은 담배를 안 피우면 악마의 저주라도 받을 것만 같은 기세로 피워댄다. 버스 터미널에서 기사들 십여 명이 주르르 선 채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차라리 장관이기까지 했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처음으로 금연 표지판을 보았다. 하도 신기해서 카메라로 찍었다. 그러고보면 나 같은 비흡연자에게는 괴로운 나라지만 흡연자들에게는 즐거운 나라 아니겠는가. 투어에서 만난 한 한국인 남자는 아주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전자담배를 빨아들였다. 그래. 누구라도 행복하면 됐지 뭐.


여행 마지막 날에 세계에서 몇손가락 안에 든다는 베벡의 스타벅스에 들렀다. 초콜릿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는 직원의 추천을 깔끔히 거절하고 주문한 음료를 받아서 경치 좋은 테라스로 나오는데 이런, 테이블마다 담배연기가 뻐끔뻐끔 피어오르고 있지 않은가. 급히 후퇴해서 실내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비흡연자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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