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짜리 튀르키예 여행 (여백8)
해외에 나갈 때마다 가능하면 맥도날드에 꼭 한 번은 들른다. 나라마다 묘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신기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맥도날드에서는 콩물이 나왔고(맛은 그저 그랬다), 호주 맥도날드는 블랙 앵거스 품종의 소고기를 쓴다고 큼지막하게 붙여 놨다(가격을 보면 욕부터 나온다).
그래서 이스탄불에서도 길거리에 있는 맥도날드를 발견한 순간 바로 들어갔다. 혹시 양고기 버거가 있을까 기대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없는 모양이다. 아쉬운 데로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나서 카운터로 향했다.
그런데 카운터에 있는 직원이 한눈에 봐도 멘탈이 날아가 있는 것 아닌가. 아마도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였는데, 주눅이 잔뜩 든 눈으로 관광객을 상대하고 있다. 들어 보니 그 관광객 부부는 커피랑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한참 후 아이스크림에다가 에스프레소를 부은 아포가또가 덜컥 나온 모양이다. 덕분에 그 아이가 꽤나 거친 항의를 받는 모양이었다.
꽤 안쓰러웠지만 나도 어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주문한 햄버거가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난 끝에 간신히 나왔다. 내가 주문한 소스는 빠져 있었고, 빨대와 냅킨은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서 맛있게 먹어치웠다. 맛은 한국보다 조금 더 나은 것 같았다. 당연히 그래야지. 가격도 더 비싸니까.
그러는 동안 길었던 항의가 마침내 끝난 모양이다.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플로어에 나와서 빈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힘내라. 나는 누군지도 모를 아이를 향해 속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