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캐리언의 ‘The simple thing’
어릴 적,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무척이나 간절했었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어른들의 세상은 무척이나 크고 멋지게 느껴졌고 신기한 거 투성이 같아 어서 어른이 되어 그 느낌들을 몸소 경험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어릴 적 동경하기만 했던 그 세계의 모습은 모든 것이 결코 근사하지만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아 가며 사는 것이 비로써 어른의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신체적․정신적․환경적인 변화들을 감당하게 되고 특히 ‘사회에서의 적응’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릴 적에 지녔던 많은 것들을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때로는 잃고 때로는 버리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 누구나 지녔던 순수함과 즐거움, 천진함과 같은 감정은 안타깝게도 어른이 되어갈수록 희미해지고 퇴색된다.
위의 감정들에 더해 어른들의 생활 속에서는 거의 사용되지도 표현하기에도 서먹한 단어가 있다. 바로 ‘명랑함’. 어느덧 우리의 삶은 명랑함이라는 밝고 경쾌한 느낌과는 멀어지고 그 단어를 문장 속에 형용사로 수식하여 표현하기에는 왠지 어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 역시도 성인으로써의 삶의 중턱에 와 있는 나이기에 명랑함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상큼하고도 발랄한 느낌을 떠올릴 일이 거의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 햇살이 맑은 날 오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순간 ‘명랑’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을 한껏 불러일으키는 어떤 곡을 만나게 되었다.
마이클 캐리언(michael carreon)의 The simple thing. 맑은 날 오후에 부는 바람의 명랑하고도 침착한 미소 같은 이 곡은 도입부에서 기타의 리듬이 서서히 마음속으로 걸어오며 다정한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이 곡은 두 대의 기타와 보컬로 구성이 되었는데 기타 2대와 목소리만으로 어떻게 이런 풍성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지 듣는 동안 놀라곤 한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맑은 감정. 그중 명랑하다는 느낌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이곡은 적당히 차분함을 지닌 명랑한 들뜸의 감정을 선물한다.
특히 공기를 살짝 머금은 듯한, 남자 보컬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달콤해서 듣는 이를 설레게 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출신의 아시아계 미국인 R&B 싱어송라이터인 마이클 캐리언은 2011년 6개의 자작곡을 담은 EP앨범 ‘Carry On’으로 데뷔하여, 유망한 R&B 뮤지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보컬에 Acoustic, Reggae, Hip Hop, R&B, Urban Soul의 특성이 융합된 작곡 능력이 기대되는 아티스트다.
달콤한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미디엄 템포 리듬을 가진 이 곡은 많은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우리의 흔한 일상에서 겪고 느끼는 사랑과 연애를 소재로 한 가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 곡을 들으며 기분에 취해 있던 나른한 오후의 어느 날. 나는 갑자기 로베르 두아노의 작품들 중에 유난히도 아이들을 찍은 사진이 보고 싶어 졌는데 곡 전반에 느껴지는 다정함과 차분한 명랑함이 두아노의 사진 속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미소를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던 나는 가르치는 일을 하고 나서 아이들이 보이는 아기자기한 행동들과 순수한 진심의 빛깔을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
맑은 햇살을 닮은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맑은 눈동자와 행동들은 그들의 우주 안에 한없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곤 한다.
이런 티 없이 맑고 즐거운 모습의 아이들을 유쾌하게 담아낸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 그는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 사진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사진작가이며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과 함께 세계 3대 휴머니즘 사진가이자 20세기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으로 불린다.
프랑스 외곽 지역인 장 티이(Gentilly)에서 태어나 평생을 교외에서 살아온 그의 시선은 늘 소박한 일상의 풍경을 향해 있었다.
사랑을 약속하는 결혼식, 순수한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들, 열정이 가득 느껴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두아노의 프레임 안에서 특별하게 재탄생됐다.
16세 때 아마추어 사진 촬영을 시작한 두아노는 1930년대부터 사진작가로 활약하였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파리 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예술사진들을 발표했다.
광고, 산업, 패션 사진가로 패션 사진가로도 활동했고 당시 유명한 사진가, 예술가들과 친분을 맺으면서 피카소, 자코메티 등의 인물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그를 전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사진가로 만들어준 것은 그의 프레임 안에 담긴 파리 거리와 시민들의 소소한 생활상을 찍은 사진들이다.
당시는 시대적으로 어두운 상황이었는데 그의 사진 속, 거리의 사람들이 보이는 웃음을 잃지 않는 미소와 유머가 넘치는 삶의 모습들은 보는 이에게 따뜻함을 선사한다.
여러 면에서 수줍어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던 두아노는 삶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가까운 곳에서 꾸준하게 인물의 삶을 관찰하면서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그려 나갔다.
어른의 삶을 살아내면서 건조해지고 어쩌면 삭막해진 우리의 일상에서 잊고 있던 그 단어, 그 느낌, 명랑함. 너무나 무더워 많은 부분에서 의욕이 저하되고 지치는 요즘에 특히나 바람을 머금은 달콤한 목소리. 마이클 캐리언(michael carreon)의 The simple thing에 몸을 맡겨 어깨를 들썩이며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가 보내는 아이들을 향한 따사로운 시선의 사진들을 보면서 잠시나마 명랑함이라는 생기발랄한 그 느낌을 부여받기를 바란다.
성지윤 칼럼니스트 claramusic8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