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폭염이 한풀씩 꺽이고 있는 요즘이다. 여름은 의례 더운 계절이지만 10년 사이 더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어가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전 세계의 현상인 듯 하다.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세상에는 평생을 하나의 계절로 살아가야 하는 나라들이 있다. 그 중 브라질에 사는 사람들은 여름 외에 날씨에 대한 경험 없이 일평생을 살아간다.
놀랍게도 그들은 무더위를 고통으로 느끼거나 그로인해 생활의욕이 저하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폭염은 에너지가 되어 자신들만의 고유문화와 예술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어왔다.
브라질 사람들은 인생에 대해서도 상당히 낙천적이어서 하루하루를 즐거움과 흥으로 채우며 살아간다.
이러한 그들의 삶과 인생관은 특히 음악에서 두드러지는데 오늘은 브라질 대표 음악 장르이며 브라질리언들의 낙천성이 녹아있는 음악. 삼바(samba)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삼바(samba)는 브라질의 대표 음악 장르이도 하면서 춤 양식이다. 그 뿌리는 아프리카에 두고 있지만 아프리카 노예무역과 종교문화를 통해 전파되어, 이제 이 곳의 최대 축제인 카니발과 함께 브라질의 정체성이자 상징이 되었다.
삼바 음악에서는 타악기가 중심이 되어 빠른 템포의 곡들이 많은 편이고 리드미컬하기 때문에 듣는 이의 흥을 돋운다.
그 중 대표적 삼바 곡으로 알려져 있는 ‘A voz do morro (달동네 목소리)’는 한국 브라질 뮤지션들에 의해서도 많이 연주되는 매우 신나는 곡이다. 곡의 시작부터 어깨와 온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A voz do morro (달동네 목소리)’는 1955년에 감독 Nelson Pereira dos Santos의 영화 <Rio, 40 Graus>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어서 원곡의 뮤지션인 Ze Keti(제 케티)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삼바 곡이다. 브라질의 강렬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이 곡은 전체적으로 리듬감이 살아 있는 곡의 분위기로 인해 우울함 없는 곡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곡은 사실 무더운 여름날 빈민가의 다섯 소년들이 리우데자네이루의 부유한 지역에서 땅콩을 파는 삶을 그린 산토스의 영화를 바탕으로 한 노래로 가슴 아픈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곡의 멜로디와 리듬, 그리고 가사에서 전해지는 것은 우울하고 슬픈 정서가 아니라 아픔과 슬픔조차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브라질리언들의 낙천성이다. 그래서 더위의 짜증조차 한방에 날려줄 수 있게 흥이 절로 난다.
이렇듯 열대의 더위의 열기조차 하나의 에너지가 되어 작품을 한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있다.
바로 타히티와 마르키즈 제도 등 열대지역에서의 작품 활동을 한 고갱이다.
20세기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 폴 고갱은 강렬한 색채 실험인 ‘종합주의’라는 자신만의 경향으로 후대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고갱은 화가가 되기 전에 증권 거래소에서 일을 하며 여유로운 생활 속에 작품을 구입도 하고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등 미술과 가까운 환경 속에서 지냈으나 주식시장의 붕괴에 대한 직업적 불안함과 내재된 그림의 열망으로 인해 35세에 화가로 전향한다.
화가에게 자신만의 스타일이 필요함을 깨달은 고갱은 어릴 적 페루에 살았던 영향과 아프리카와 동양 미술의 강렬함에 끌려 평면적이고 원색적이며 두터운 외각선이 특징인 자신만의 문법을 만들어 나갔다.
처음 그의 작품들을 처음 접했을 때 사실 색감에 있어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너무 투박하고 촌스럽다고 느꼈다.
하지만 볼수록 그의 작품들은 에너지가 넘치며 매끈하진 않지만 근본에 닿아있는 야수성을 느끼게 해주어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언뜻 보이는 투박함 속에 있는 섬세함이 마음을 끌었다.
그의 작품 중에 특히 좋아하는 것은 ‘마리아에게 경배를’ 이라는 뜻을 가진 ‘이아 오라나마리아’이다.
그는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시키고, 실제와 환상을 함께 그리는 기법으로 화가의 주관적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이 작품은 기독교 인물을 재해석 한 그림 중에서도 스스로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색상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이 작품은 전통적 종교화 주제 ‘수태고지’를 타히티를 배경으로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그린 그림이다.
어떤 기독교적 종교화보다 원시에서 오는 생명력과 풍요로움 그리고 순수성이 담긴 그림이 경이롭다고 생각해온 그는 다양한 원시 문화에 큰 관심을 가졌고 이를 녹여내어 그림을 그렸다.
‘이아 오라나마리아’는 그림 속에 녹아져 있는 말초적 에너지로 인하여 생명력이 가득하다.
현재는 상당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 작품은 파리 룩상부르 미술관에 하려던 기증을 거절당한다. 토속신앙과 성서의 내용 결합에 대한 금지가 있던 당시 분위기가 그 이유였다.
열대폭염마저 예술탄생의 씨앗이 된 두 작품을 소개하며 더위로 인해 힘겨웠던 올 여름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을을 맞이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