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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ournal May 23. 2024

무기력감이 발목을 잡을 때

아직도 답은 못 찾았다...!

으아아!! 

언젠가부터 시작된 무기력감이 당최 쉽게 사라지질 않는다. 

정말정말 괴롭다.


사실 그간 익숙했던 감정은 초조, 조급함, 짜증과 날선 마음, 방향을 잃고 없이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배회하는 주의, 그러다가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달하면 따라오는 자기혐오와 분노가 뒤섞인 우울과 같은 것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이런 것들이 덜해지는 대신에, 무기력감이 아주 자주 찾아온다.


무기력감이라고는 하지만, 해야 할 일을 용케 잘 해내고 있고 꽤 부지런하고 성실히 살아가는 걸 보면(물론 청소, 요리 등 많이 포기한 영역들이 있긴 하다), 정말 무기력한 상태로 볼 순 없겠지만.. 무의미함이나 공허함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의 무거움과 압도적인 느낌은 또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무기력감"이라는 이름을 붙여보는 이유는, 실제로 몸에서 무기력한 느낌이 절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너무나 튼튼하고 근육이 흘러넘치는 다리에 힘이 빠진 느낌이 들고, 몸이 바닥으로 촥 달라붙을 듯이 가라앉는 것만 같고, 기분 좋은 햇살을 받으며 걷고 있는데도 어째서인지 걸음걸이가 자꾸 느려지고, 자꾸만 한숨이 나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도망가고 싶고.


그때 그때마다 나름대로 이유도 찾아봤다.

- 날씨가 좋지 않아서! 자꾸 비가 오고 하늘이 흐르니까. 기분은 일조량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너무 알려진 사실이잖아. 그동안 오고, 오고, 흐리고, 황사니 미세먼지 때문이 공기가 좋아서 그런 걸거야. [날씨가 좋으면 아주 잠시 괜찮지만 다시 비슷한 상태로 돌아옴 ㅠㅠ]

- 가치 지향적인 활동을 너무 안 해서 그런가봐. 

  -> 그래! 그럼 상담도 더 열심히, 상담 공부도 좀 더 해 보자! [올해 시작해서 하는 중, 할 때마다 좋지만 역시 그때 뿐.. 그래도 무료하게 보내던 시간을 생산성 있게 채우는 느낌이 좋긴 하다]

  ->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집중해서 즐겁게 보내보자 [하려는데 너무 힘들어서 잘못 하는 느낌 ㅠㅠ]

- 일상이 너무 지루해서 그런가봐. 새로운 활동들은 좀 도전적으로 해볼까? 요가? 댄스? 폴댄스? 클라이밍? 테니스? 아님 회화나 공예? 악기?? [아직 찾아보고 체험만 해봤지 본격 시작은 못해 봤다]

- 최근에 살이 찌고 식욕 조절도 좀 덜하고 술도 자주 마셔서? 자기 조절이 안 되는 모습에 화가 나서 그런걸까? [물론 좀 기분 나쁘지만 그 정도로 화난 건 아닌 것 같다]

- 나이가 들어서...? 이제 빼박 30대 후반, 조만간 40대라는 사실이 주는 근본적인 불안인가? [어쩌면...?] 


그 모든 게 이유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게 또 별 설명을 못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최근에 "신체"에 집중한 심리치료 이론과 기법에 대해 새로이 배우는 중이라, 신체 감각에 좀 더 많이, 자주 집중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무기력감을 정말 자주 마주한다. "저각성" 상태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어쩌면 그 동안엔 너무 "과각성"되어 있다가, 나이도 들고, 좀 더 하나에 매달려서 안절부절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챙김도 하면서, 그 모드가 차츰 줄어들면서 숨어 있던 저각성 모드가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몰라몰라 T_T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그때그때 쉽게 다 해결할 수 있었다면 아마 최고의 심리상담가 또는 위대한 종교인이나 수도자가 되었겠지 ㅎㅎ 


이 무기력감이 너무 불편하고 싫고 징글징글하지만, 

최대한 마음챙김 모드로, 호기심을 갖고 친절하게 맞이해줘야지.


그렇지만 좀 징글징글하다. 그만 좀 와라. 아니야, 그냥 와라. 다음엔 좀 더 자세히 살펴봐줄게..


언젠가 조금이나마 답이나 실마리를 얻게 되거나 호전이 된다면 또 한 번 기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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