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답은 못 찾았다...!
으아아!!
언젠가부터 시작된 무기력감이 당최 쉽게 사라지질 않는다.
정말정말 괴롭다.
사실 그간 좀 더 익숙했던 감정은 초조, 조급함, 짜증과 날선 마음, 방향을 잃고 갈 데 없이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배회하는 주의, 그러다가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달하면 따라오는 자기혐오와 분노가 뒤섞인 우울과 같은 것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이런 것들이 좀 덜해지는 대신에, 무기력감이 아주 자주 찾아온다.
무기력감이라고는 하지만, 해야 할 일을 용케 잘 해내고 있고 꽤 부지런하고 성실히 살아가는 걸 보면(물론 청소, 요리 등 많이 포기한 영역들이 있긴 하다), 정말 무기력한 상태로 볼 순 없겠지만.. 무의미함이나 공허함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의 무거움과 압도적인 느낌은 또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무기력감"이라는 이름을 붙여보는 이유는, 실제로 몸에서 무기력한 느낌이 절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너무나 튼튼하고 근육이 흘러넘치는 다리에 힘이 빠진 느낌이 들고, 몸이 바닥으로 촥 달라붙을 듯이 가라앉는 것만 같고, 기분 좋은 햇살을 받으며 걷고 있는데도 어째서인지 걸음걸이가 자꾸 느려지고, 자꾸만 한숨이 나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도망가고 싶고.
그때 그때마다 나름대로 이유도 찾아봤다.
- 날씨가 좋지 않아서! 자꾸 비가 오고 하늘이 흐르니까. 기분은 일조량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건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잖아. 그동안 눈 오고, 비 오고, 흐리고, 황사니 미세먼지 때문이 공기가 안 좋아서 그런 걸거야. [날씨가 좋으면 아주 잠시 괜찮지만 다시 비슷한 상태로 돌아옴 ㅠㅠ]
- 가치 지향적인 활동을 너무 안 해서 그런가봐.
-> 그래! 그럼 상담도 더 열심히, 상담 공부도 좀 더 해 보자! [올해 시작해서 하는 중, 할 때마다 좋지만 역시 그때 뿐.. 그래도 무료하게 보내던 시간을 생산성 있게 채우는 느낌이 좋긴 하다]
->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집중해서 즐겁게 보내보자 [하려는데 너무 힘들어서 잘못 하는 느낌 ㅠㅠ]
- 일상이 너무 지루해서 그런가봐. 새로운 활동들은 좀 도전적으로 해볼까? 요가? 댄스? 폴댄스? 클라이밍? 테니스? 아님 회화나 공예? 악기?? [아직 찾아보고 체험만 해봤지 본격 시작은 못해 봤다]
- 최근에 살이 찌고 식욕 조절도 좀 덜하고 술도 자주 마셔서? 자기 조절이 안 되는 모습에 화가 나서 그런걸까? [물론 좀 기분 나쁘지만 그 정도로 화난 건 아닌 것 같다]
- 나이가 들어서...? 이제 빼박 30대 후반, 조만간 40대라는 사실이 주는 근본적인 불안인가? [어쩌면...?]
그 모든 게 이유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게 또 별 설명을 못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최근에 "신체"에 집중한 심리치료 이론과 기법에 대해 새로이 배우는 중이라, 신체 감각에 좀 더 많이, 자주 집중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무기력감을 정말 자주 마주한다. "저각성" 상태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어쩌면 그 동안엔 너무 "과각성"되어 있다가, 나이도 들고, 좀 더 하나에 매달려서 안절부절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챙김도 하면서, 그 모드가 차츰 줄어들면서 숨어 있던 저각성 모드가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몰라몰라 T_T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그때그때 쉽게 다 해결할 수 있었다면 아마 최고의 심리상담가 또는 위대한 종교인이나 수도자가 되었겠지 ㅎㅎ
이 무기력감이 너무 불편하고 싫고 징글징글하지만,
최대한 마음챙김 모드로, 호기심을 갖고 친절하게 맞이해줘야지.
그렇지만 좀 징글징글하다. 그만 좀 와라. 아니야, 그냥 와라. 다음엔 좀 더 자세히 살펴봐줄게..
언젠가 조금이나마 답이나 실마리를 얻게 되거나 호전이 된다면 또 한 번 기록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