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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n 05. 2022

몸을 갈아 넣는 일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일 


멘탈이 흔들린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조차 없어진다. 


그동안 네이버와 쿠팡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를 꾸준히 해왔다. 

생각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성장하는 속도가 느렸고, 경쟁이 치열해서 빈틈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다.  더 이상 뭘 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쿠팡은 미친듯한 가격경쟁 때문에 노출의 기회를 잃는 순간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또 유통사들, 본사, 셀러들이 서로 신고하고, 잡아먹고 먹히는 경쟁이 계속된다.

 

공격적이지 못한 나는, 뒤쳐지는 느낌, 도태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맴돈다. 


창고에는 2000만 원어치 제품들로 가득 차 있는데, 내가 산 물건의 도매가로 팔아야지만 가격경쟁력이 있을까 말까 하다. 대출받은 금액은 금방이라도 동이 날 것 같고... 성과가 나오기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만 같다. 


남의 제품을 팔아서 돈 벌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게 아닐까...

내가 만든 내 제품이 필요한 시기이구나.


그래서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도전해서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를 기획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제조공장과 소통을 하고 있다.

근데 또 이 일이 쉽지가 않다. 


먼저 브랜드 계획을 세운다. 


1. 자본금은 얼마인가?

2.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느낌은 무엇인가?

3. 고객은 누구인가? (연봉 수준, 여행 주기, 연령, 성별, 쇼핑 패턴, 삶의 가치 등)

4. 가치적인 매출 목표 

5. 광고 예산

6. 마케팅 예산 및 방법

7. 생산 계획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정말 안개가 가득한 곳을 더듬더듬 한발 한발 내딛는 것만 같다.




하고 있는 일에 성과가 뚜렷하지 않고, 새로 시작한 일의 성과가 날 수 있는 시기는 멀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동기를 잃고 심적인 방황을 한다. 


그러다 보니 '바로 즉각적인 성과가 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 보니 

떠오르는 일이 바로 '몸을 갈아 넣는 일'이다.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었다. 

지방선거가 있기 2주 전, 투표 안내문과 선거공보집을 만드는 일일 알바를 하러 주민센터로 갔다.

통장님들도 와서 일을 하시고, 부녀회에서도 나오셔서 일을 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선거 공약집을 순서대로 집어서 옆 사람에게 넘겨 모든 공약집이 모이면 확인을 하고 선거 안내문과 함께 

봉투에 넣는 그런 작업이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장 생산 라인에 선 노동자처럼 일을 했다. 


그날 하루 일당은 80,600원

하루 7시간을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처음 1~2시간은 재미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지루해져 갔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대체 가능한 일


그 일은 접근은 쉬웠지만, 결국 나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하루 일당 8만 원으로 한 달에 20일을 일한다면 내가 벌 수 있는 돈은 160만 원...

동기부여도 잘 되지 않고, 쉽게 지쳤다. 


생산량을 늘려보자며 노동요로 뽕짝을 틀어주고, 집중하라며 '박수 세 번 시작'을 외치는 총괄 담당자님의 말은 나에게는 현타로 다가왔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가치롭지 못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기획'이 들어가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시간이 걸리는 그런 일은

일은 열심히 했어도 성과가 날지 안 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래서 멘탈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사업의 팔 할은 멘탈관리인것 같다는 것을 최근 많이 느낀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 제품이 또는 이 서비스가 세상에 먹힐지 먹히지 않을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가설이 맞기 위해서 시장 조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결국 근거를 바탕으로 현실에 구현하고 그 구현하는 시간 동안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노동력에 시간당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린 의사결정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결국 무너진 자존감과 자신감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것은 해야 할 작은 일부터 해나가고 

생활 루틴을 다시 잡아가는 것인 것 같다. 


사업을 지속하는 힘,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은 

그냥 믿고 하는 것이다. 


내가 세운 가설을 믿고, 

내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믿고, 

내가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믿고,


나를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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