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Jan 01. 2024

죽지 않고 살기 위해 10시에 잡니다

2024년 자기 돌봄 


2023년을 보내면서 내가 열심히 사는 줄만 알았다. 

세운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집요하게 달려가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것들은 다 허상이었고, 내가 만든 나만의 세상이었다. 


어느덧 돌아보니, 몸은 엉망이었고 정신은 더욱 피폐했다. 

주중에는 일하는 학교에 가고, 주말에는 공부하는 학교에 갔다. 

아침 8시에 겨우 눈을 떠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차에 시동을 건다. 네비를 찍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졸리기 시작한다. 운전 중 졸면 안 되니 창문을 열고, 허벅지를 내려치고 사탕을 먹고 별짓을 다해 본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한다. 정말 눈이 감길뻔한 일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공포를 느꼈다. 


학교에 있는 내내 집중력을 다 잡으려고 노력해도 피곤한 몸은 따라주지 않고 실수를 왕왕 발생시켰다. 몸은 분명히 학교에 있는데 마음은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어 진다. 그렇게 찜찜한 마음을 안고 7

~8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잠깐 앉아서 유튜브를 본다는 게 벌써 1시간이나 흘렀다. 뭐라도 먹어야 되기에 대충 학교에서 남은 김밥을 먹거나 밥에 계란을 얹어 우걱우걱 먹는다. 그렇게 또 소파에 누워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니, 10시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집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은 또 도망가고 싶다. 그렇게 서재방으로 들어와 노트북을 켜고 논문을 쓰기 시작한다. 집중이 또 안된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변인과 이 변인이 관계가 있다는 거야 뭐야...', 영어 논문은 더욱이 머리로 읽는 게 아니라 눈으로 스쳐갈 뿐이다. 생산성 없는 3시간을 보낸다. 뭐라도 해야 했기에... 도망가버리면 나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서재방에 나를 가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시쯤 잠자리에 들고자 침대에 눕는다. 잠이 안 온다. 

3시다. 피곤하다. 뇌도 멍하고 눈도 욱신거리고 좀비 같은 상태인데, 잠에 들고 싶으면서도 잠에 들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눈 뜨면 또 학교에 가야 되니깐... 도망가고 싶은 나를 10시간가량 참아내면 버텨야만 하니깐..


그리고 또다시 아침 8시에 겨우 눈을 뜬다.

행복하지 않았다. 

생산성도 없었고, 예민했다. 


남편과 결혼 후 처음으로 국내 여행을 간 날도 나는 불안함에 3시까지 논문을 붙잡고 있었다. 사실 핑계는 논문 완성이었다. 정말 논문 완성이 눈앞에 있었다. 이거 교정만 다 보면 논문이 완성되는데......... 


근데........ 하루 늦게 완성한다고 세상이 무너지나...? 

남편은 나를 기다리다 혼자 잠들었다. 나는 착각 속에 살았다.  

좋은 리조트에 경치 좋은 곳에 놀러 가서 바람도 쐬고, 쉼을 목표로 했지만 나는 또 그곳에 실존하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갈팡질팡하고 싶지 않았고, 불안하고 싶지 않았고, 피곤하고 싶지 않았다. 


뭐가 문제지?



1. 양질의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2. 영양식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

3. 운동이 부족하다. 


일단 생활 자체가 망가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 대한 생산성도 공부에 대한 효율성도 나오지 않았다. 좀비처럼 그냥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뭐가 됐든 밤 10시에 잠에 들기로 했다. 10시에 취침을 하고 5시에 기상을 하는 게 목표였지만, 4주가 지난 지금도 5시에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10시에 잠 든 날은 90프로가 넘는다. 그냥 냅다 눕는다. 논문을 못 써도, 설거지를 못해도, 그냥 눕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잔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일어나는 날이 허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진 빚을 갚아야 했다. 나의 내일의 에너지를 나는 빚지며 살았다. 빚을 갚아야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   


커피를 끊었다. 사실 속이 좋지 못했다. 흐트러진 집중력은 커피로 붙잡아 보려고 했고, 식사 대신 커피로 대체하려고 했었다. 그 고리를 끊어야 했다. 3일 동안 머리가 아팠고, 2주간 그 대신 식욕을 얻었다. 배가 고프지 않지만 허전했다. 


그리고 업무를 하는 동안은 최대한 말을 줄이고, 내가 하는 일에 집중을 하려고 의도적으로 계속 시도하고 있다. 가끔 얘기가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불평불만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순간을 한 두 번씩 참기 시작했다. 일을 완성도 있게 끝내는데 집중하려고 했다. 내가 있는 그곳에 실존하고 싶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식사 준비를 한다. 혼자 먹는 날도 많았고 남편이랑 식사하는 날들도 있었지만, 즉석밥 대신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고, 김치찌개, 밀푀유나베, 어묵탕, 떡갈비 등 음식을 준비한다. 배가 안 고파도, 가끔 먹기 싫은 날이 있어도 그냥 먹는다. 먹다 보면 뿌듯했다. 


이렇게 한 달쯤 살았다. 그전보다 불안하지 않고, 피곤하지 않았다. 

다만, 밤에 써왔던 논문의 속도가 더뎌졌다. 사실 한 달동안 논문은 손도 못댔다. 이젠 아침에 일어난 내가 그 부분은 책임을 져야 한다. 빚을 다 갚을 그 시점에는 일어나 서재방에 앉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하나가 남았다. 


적절한 운동........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집에서 스트레칭도 시도해 보고, 헬스장 다니기, 요가 및 필라테스 다니기도 시도해 봤지만 내 삶에 온전하게 녹아들게 하기에는 뭔가가 맞지 않고 삐걱거렸다. 

그러다 오늘 브런치에서 글을 하나 읽었다. 그 작가분은 아침에 줄넘기로 시작한다고 말이다. 


그 길로 나도 쿠팡에서 줄넘기를 구매했다. 

하루 500개씩 시작하면 나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정말 지금보다 조금만 더 행복해지고 싶다. 

삶 속에서 행복했던 기억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다. 

그냥 좀 더 가볍게 억지스럽지 않게 행복하고 싶고, 그 과정도 즐기고 싶다. 


2024년은 내가 있는 그곳에 내가 보내는 그 시간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잘 자고, 잘 먹고, 움직이고, 웃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들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 10시에 자기 시작했지만, 그 힘이 나의 하루를 바꿔줄 것이라고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