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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13. 2024

내 인생 풀면 책 한권, 내풀책

두번째라고 할 수 있나?

지난 가을, 복지관 어르신들과 함께 자서전을 썼다.


원래 책까지 나올 수업은 아닌데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 대표님께 sos를 보냈다. 대표님 덕에 원고가 예쁘게 모아졌다.


제목이 난관이었는데 어느날 아침 뚝 떨어졌다. 대표님한테 말했더니 좋다고 하셔서 그대로 제목이 됐다.



6주밖에 안 되는 짧은 수업이었는데 일곱 분 모두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주셨다.


같이 울고 웃으며 원고를 만들었다.






책이 나오자마자 어르신들께 연락을 돌렸다. 급한 연락인데 모두 나와주셨다. 색이 곱다고 쓰다듬어주시고 서로의 사진을 보시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여고생들만 웃음이 많은 줄 알았는데 할머니들도 못지 않다. 어찌나 잘 웃으시는지 주변 공기까지 넉넉하게 넓힌다. 그 웃음안에서 어쩐지 나도 같이 쉬고, 눕고, 웃으며 뒹굴었다. 강사라는 이름으로 섰지만 나를 여유있게 키우는 연습을 그분들을 통해 했다.


내 삶에 깊게 새겨졌다고 믿는 내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있다. 아무리 깊게 새겨도 15년이라는 세월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옅어지는 시간이 있다. 이 어르신들의 웃음이 기억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내어 다시 나의 할머니가 더해졌다.


어르신들은 짧은 시간 글을 쓰면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쏟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 원고에는 양보할 수 없는 마음과 대체 안되는 삶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거 우리끼리만 볼거지요? 나 이거 평생 아무한테도 말 안했는데...'하며 몇 번을 확인하시던 목소리가 페이지마다 떠다닌다.


평생을 안고 온 그 무게가 이제 좀 가벼워지시길, 그 버겁던 무게는 이제 이 책이 말없이 감당해주기를 바랐다.


생의 한 부분이 갖고 있던 슬픔들은 책장 사이에 우겨 넣어버리고 앞으로는 더 가벼워지기를, 소녀처럼 까르르 웃던 그 산뜻함만 기억하길 또 바랐다.


나의 할머니도 하늘에서 그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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