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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Jan 19. 2024

엉덩이가 올라간 할모니가 될테야

기이한 능력

50분 자유수영 시간 절반이 지나면 배영하는 할머니들이 많아진다. 나는 아주 느린 평영으로 어느 할머니를 쫓아가며 관찰했다. 느린 배영으로 정체를 만드는 할머니들은 모두 가슴 아래로는 거의 가라앉아 있었다.   



몸이 사선으로 있으니 물의 저항을 그대로 받는다.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다.



"배영은 엉덩이를 올려 몸을 수평으로 만들어야 해요. 엉덩이가 어렵다면 배꼽을 수면에 붙인다고 상상하세요."



배영을 처음 배울 때 강사가 했던 말이다. 저분들도 분명 배웠을텐데 할머니가 되면 신체 조건상 사선이 되나? 하려니 또 길석 님을 보면 아니다. 길석 님은 무릎까지 동동 떠서 배영을 한다.



할머니들을 보며 또 배운다. 배영 엉덩이가 빠짝 올라간 할모니가 될테야, 더 바란다면 자유형으로만 50분 뺑뺑이 도는 할모니가 될테야. 



어쩌면 강습보다 자유수영에서 더 많이 배우는 거 같다. 시간을 견뎌서 엉덩이를 기어코 올려버리는 할모니를 그리는 건 강습에서 절대 못 배울테니 말이다.



몇 주 전에 또 혼자 넘어졌다. 무릎에 손바닥만한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욱신거리는 무릎을 보며 '역시, 수영은 부상위험도 없어서 좋아'라고 생각했다. 설마 수영하다 다치는 일이 생길까? 그럼 기이한 능력이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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