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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의 딸 Sep 09. 2019

12. '잠깐 맛보기' 찬스를 활용하자.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가능한 나이라면, 먼저 해보자.

밴쿠버에서 페리선을 타고 1시간 가량 가면 도착하는 '밴쿠버 아일랜드'. 이 곳의 주도인 빅토리아와 나나이모에도 한국인 가게가 있다. 한국계 의원이 배출된 곳이기도 하다.


- 워킹홀리데이가 아직 가능한 나이라면, 일단 워홀을 노리자.


    20대에 일을 하면서 여행도 다녀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 국가가 발급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캐나다 생활을 한번 체험하고 이민이 잘 맞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이라면, 우선 받아서 오는 게 좋다.

 

    워킹홀리데이로 일을 하면서 현지 사정을 알아보고, 괜찮은 가게와 연결되어 취업비자를 받은 후 영주권 스폰서까지 죽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 이주공사에게 취업알선비를 내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낼 확률도 더 높아지는 셈이다.

 

    이렇게 캐나다 현지에서 자신이 맞는 곳을 찾은 후, 고용평가서(LMIA)를 정부로부터 발급받는 대행료만 캐나다 현지 컨설팅회사(이주공사)에 맡기면 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 2500달러(약 250만 원)에서 많아도 5000달러(약 500만 원) 정도만 구직자가 부담한다. 원칙상 고용주가 이 모든 비용을 내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은 구직자가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주권이란 목표를 위해.

 

    T씨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어서 바로 취업비자(클로즈드 워크퍼밋)에 도전했다. 한국에서의 직장 경력이 있어서 그를 바탕으로 시골 일식당에 취업을 했다. 타이틀은 푸드서비스 슈퍼바이저(Food Service Supervisor). 하는 일은 가게 오프닝과 정산, 청소였고 서버로서 손님들을 응대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시골로 가면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서 캐나다 정부가 더 빨리 취업비자도 주고, 영주권 진행도 빠르다는 이주공사의 설명만 믿고 1000만 원 넘는 돈을 지불했다. 대도시의 경우 “캐나다 사람도 많은데 더 구해보시오!”라고 캐나다 정부도 권할 수 있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소도시나 외곽지역의 경우 캐나다 심사관들도 ‘빨리 사람을 구하게 해달라’는 사업주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골 일식당의 한인 사업주의 인성은 정말 개차반 그 자체였다. 요리에 대한 열정도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입만 열면 상소리와 욕이 대부분이어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늘 위축되어 있었다. 시골이라 일터 이외에는 갈 곳도 없었다. 매일 보는 사장님이 욕쟁이니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자괴감이 들었다.


    도저히 그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3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었다. 이주공사에 따졌더니 자기네는 할 일을 다했으며 환불을 조금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초기에 들인 비용은 그냥 사라지고 말았다. 1000만 원을 생각해 그 가게에서 더 버티고 있자니 2년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스스로 직장을 구해 광고올리기, 캐나다 정부에 내는 서류 수수료, 이주공사 대행비를 내고 나니 돈이 더 들었다.

 

    LMIA를 개인이 신청하기에는 물정도 모르고 방법도 어려웠다. 우선 사장님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이민정책과 프로세스를 잘 모른다. '잡뱅크'와 같은 구직사이트에 형식을 갖춰서 올리는 방법이 복잡하다. 이주공사나 컨설팅 회사들은 많이 해본 업무이기 때문에 이 지원자의 경력으로 어떤 직종을 올리는 것이 좋은지, 나중에 영주권 신청 때는 어떤 서류들이 필요한지 더 잘 안다.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정작 캐나다에 오는 사람이 자신이 앞으로 겪어야 할 과정을 잘 모른다면 ‘호구’가 되기 딱 좋다. 많이 알고 있어야 정확한 질문도 가능하다.

 

    돈을 많이 낼수록 자신이 한 선택을 되돌리거나 다른 방안을 찾아보는데 소극적이 된다. 이미 지불했기 때문도 있고, 다른 길을 찾거나 다른 이주공사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마치 처음 자신이 한 선택이 어리석었음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때 더 알아보고 했었어야 했는데’라는 마음보다는 지금 이 선택이 어떻게든 잘 풀리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워크퍼밋을 받는 길이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던지, 영주권 거절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감행을 하기 전, 여러 이주공사에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한국에서의 경력, 학력, 나이 및 가족상황에 맞춰 각 업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좋다. 다만 자신이 가장 열심히 이민을 공부해야 한다. 캐나다 ‘CIC정부 사이트’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이민정책의 동향, 커트라인 점수, 각 주별로 시행중인 파일롯 이민 프로그램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보며 이주공사들도 동향을 체크한다. 따라서 수시로 이 사이트를 방문해 캐나다 이민제도를 공부하자.


    만약 캐나다 정부사이트의 영어를 (사전 등을 참조해) 50% 이상 해석하지 못한다면, 이민 자체를 심각하게 고려해보거나 포기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영어 점수가 점점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정보도 스스로 사전을 찾아보면서 알아낼 수 없다면, 어려움이 클 것이다.


** 취업하려는 곳에 이 부분만은 꼭 확인하자.

1) LMIA는 영주권용인가요, 아니면 일반으로 진행되나요? (영주권용 LMIA는 수속기간이 1,2개월로 빠르지만 일반용은 시간이 6개월 또는 그 이상 걸립니다. 영주권용 LMIA를 선호하지만, 안 해주거나 자격이 안 되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2) 워크퍼밋이 나온 후, 어느 정도 일하면 저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나요? (오랫동안 일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영주권 신청시점을 늦추려는 사업주들도 있습니다.)

3) 제가 실제로 받는 임금은 시간당 얼마며, Vacation Fee 등은 제가 내나요? 그리고 팁을 받는 경우 제가 다 갖게 되는지요? 아니면 페이백(현금으로 사업주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을 해야 하나요? (실제 캐나다 정부가 허용하는 임금선보다 적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캐나다 정부에 내는 세금은 많아지고 영주권 신청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실제 받는 급여는 그 보다 작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미리 잘 확인합시다.)

4) 제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휴가를 하루 이틀 쓸 수 있나요? (실제 고용이 시작되면, 사장님과 더불어 가게에 매여서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이 많이 아프시거나 아기가 어려서 휴가가 자주 필요하다면, 잘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빅토리아의 고풍스러운 거리. 사실 글이 길어져서, 할 수 없이 (지루하실까봐) 사진 한 장을 더 넣었습니다.


 - 내 삶의 질, ‘오너’의 손에 달렸다


    취업을 통해 이민을 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주, 즉 오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닌 사람도 상사의 눈치를 보긴 하지만, 사람을 쉽게 자르는 것은 노동법이 강화되면서 어려워졌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한국인을 필요로 하는 자리는 한인 사업주가 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자영업일 확률이 크다. 그리고 취업비자를 받을 때나 영주권을 진행할 때, 오너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는 연방정부 이외에 주(州)의 권한이 크다. 그래서 주별로 자체적인 이민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연방정부의 익스프레스 엔트리(EE) 점수 컷트라인에 도달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그 보다 영어점수를 낮게 요구하는 주정부 이민(PNP)를 먼저 추진한다. EE에서 ‘주정부 이민 자격이 되느냐(주정부로부터 초대장을 받았으냐)’고 물어보고 이에 따라 큰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그 주정부 이민은 각 주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자기네 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기여할 사람을 찾는다. 자금을 어느 정도 갖고 입국하고, 특히 자신의 주에서 취업해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오래 일할 사람을 우선적으로 받는다.

 

    M씨는 20대 때부터 해외 직장생활을 시작한 한국 청년이었다. 호주에서 무역회사 과장으로 일했고, 영어도 한국토종 치고는 잘했다. 그러나 호주에서 인도계 이민자가 늘어나고, 이민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높아지면서 호주정부가 이민길을 거의 막았다. 기존에 호주에서 이민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2016년 이후로 캐나다 행을 많이 택한 이유다. 같은 영미권인데다 한국으로 돌아가기에는 애매한 사람들이었다.

    M씨는 도매창고업 쪽에서 일하면서 주정부이민(PNP)를 진행하고 있었다. 쉬는 날 없이 1주일에 7일 일한 적도 있었지만, M씨는 “아내랑 2살 된 아기랑 놀러 다닐 수 없어서 힘들긴 한데, 호주에서도 처음 1,2년이 힘들었어요. 이렇게 영주권 받는 과정은 뭘 하더라도 해내야 하는 과정이니까…”라고 말했다. 체구는 작아 보이는데 마음은 정말 튼튼한 사람이었다.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공이 있었다.

 

    그렇지만 가끔 주인의 화풀이가 그를 힘들게 했다. 실수를 했을 때 혼내는 건 괜찮았다. 때로는 실수가 없어도 주인이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 날은 그냥 ‘욕 먹는 날’이다. 과거에 했던 실수 하나하나를 다 끄집어내고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은데도 잔소리는 계속된다. 그래도 M은 말했다. “집에 가면 잊어요. 아기 보면서요.” M은 주정부 이민을 받고, 연방정부 EE까지 무사히 마쳤을까. 남 일인데 그렇게 잘 되길 마음속으로 빌어본 건 처음 같다.

 

    주정부 이민부터 시작하면 연방정부 EE 수속까지 다 마쳐지는데 경험적으로 약 3년간 걸린다. 평균이 그렇고 조금 더 빨리 받거나, 운이 나쁘면 더 오래 걸린다. 영주권을 받은 다음에는 원래 일하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영주권을 받고 나서는 바로 다음 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다. 주인이 ‘월급을 올려 줄테니 같이 일하자’고 했는데도 싫다고 했다고 한다. 이유는 ‘그 동안 받았던 상처를 잊을 수 없어서.’ 한국에서처럼 맘에 안 들면 떠날 ‘인신의 자유’가 없다.


    듣기 싫은 말을 계속 듣고, 싫은 모습을 보면서 계속 지냈는데 그 모멸감이 싫어서 돈을 올려 준다고 해도 더 있기 싫다고 한다. 어차피 다른 곳도 비슷하지 않냐고 했더니 “그래도 새 시작을 하고 싶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들 한다. 헤어질 때 웃으면서 헤어지는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는 많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서로 한 쪽만 좋은 관계는 없다. 고용해주는 사람은 캐나다인이 해주지 않는 스폰서를 해 준다. 그러나 둘이 너무 맞지 않다면, 두 발을 끈으로 묶고 뛰는 장거리 달리기를 해낼 수 없다. 사장님은 혼자서만 할 수 없는 일을, 책임감 있는 직원이 잘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서로 바라보는 목표와 눈이 다르다면, 2~3년의 세월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워홀이든 미리 2개월 정도 함께 일해보던. 호흡이 맞는지, 서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는지. 잘 확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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