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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단 Jul 14. 2024

대영박물관은 안 가도...

마실 가듯 런던 다녀오기_02

여행 성수기 7월...

아무리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런던이라도, 세계적인 도시인만큼 나름 '관광지' 라 하는 곳은 어디를 가든 문전성시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소개한 스팟을 들를 때마다 긴 줄과 인파에 기가 질려버려 그만 발길을 돌리기가 일쑤...

사실 나는 박물관 같은 곳엔 그닥 큰 관심이 없다. 

드라마도 사극은 안 보는 이유가 한복만 입으면 리얼리티가 떨어져 이입이 어렵기 때문인데, 게다가 남의 나라의 역사와 문화라면 뭐... 무식을 안고 가는 편이 낫다.

현지 친구는 여기까지 와서 동네만 어슬렁거리는 나를 안타까워 했지만 제목처럼 마실 가듯 여행하는 것이 내 성향과 체력에는 맞는다.


대신 주말마다 있는 Park Run에 참석했다. 

아마도 백 명이 넘는 러너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근처의 공원에서 함께 5km를 달리는 행사인데 내가 참여한 곳은 Hampstead Heath Park Run 으로 그림 같은 전경의 공원을 달리는 코스다.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달리는 아빠부터 반려견과 함께 뛰는 할머니, 엄마 손을 잡고 달리는 어린이까지... 

언덕과 진흙탕길이 있긴 했지만 함께 달린다는 건 또 다른 묘미였다. 

약간의 경쟁심과 풍부한 연대감으로 혼자 달릴 때 나오지 않는 에너지가 나온다.

기록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낯선 곳, 낯선 이들과의 달리기는 런던 여행에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여행지에서 '반드시 봐야 할' 스팟을 찍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즐거운 일정이겠지만 만약 당신이 나와 같은 대강주의자에 어슬렁러라면, 취미와 관심이 확실하다면... 이런 로컬의 삶 속에 끼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훗날 기억될 것은 대영박물관의 그림과 유물보다는 파크런을 뛰며 느꼈던 심장박동과 숲내음, 함께 달리던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일 지도 모를테니까... 



              완주하고 메달 대신 토큰 (참가 기록용)

                           아마도 1등!!!

                   (한국인 중에... 50대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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