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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단 Jun 12. 2024

세상에 좋은 PT는 없다

야, 너두 할 수 있어_03

앞서 제목에 대한 이유부터 말하자면 좋은 PT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좋은 PT를 만나 제대로 운동할 수 있었다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젊고 잘 생기고 상냥했기 때문이다. 


평생 헬스장 근처도 가보지 않은 나였지만 PT라는 고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운동을 통해 삶의 질을 회복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검색창에 'PT'를 쳤다.

전화해서 가격이나 스케줄 등을 문의하면 업체들은 한결같이 '방문'을 요청했고 그 의도를 명확히 아는 나는 적당한 몇 군데를 예약하곤 '절대 호갱이 되지 않으리라', '상담만 하고 일단 추노하리라' , 단호한 결심을 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바로 집 옆 PT샵...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과 답이 오간 뒤, 예약된 선생님과 체험 수업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국민 체조 수준의 간단한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이었지만 장시간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었던 내 몸뚱이는 마치 신체 수준 미달로 군 면제를 받았다 전산오류로 급 전쟁터에 끌려 나간 것처럼, "해야 돼요!", "일어나요!", "두 개만 더!! " 등의 적군의 공격에  사경을 헤매다 겨우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적군의 선봉대장이었던 선생님이 마지막 확인사살을 했다.

"자, 회원님. 어떠셨어요?"

이건 마치 '이래도 안 할래? 그러다 죽을래?' 와 같은 얘기였으니까...

그리하여 나는 카드를 꺼내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오늘날 나를 운동인으로 갓생을 살게 해 준 일등공신 최규호 선생님이다.

깎아놓은 밤 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규호샘은 딱 내 조카뻘로 늘,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렁찬 인사와 친절하면서도 열정적인 수업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내 조카들이 투영되면서 젊은 친구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PT샵에 갇혀 있던 게 어찌나 기특하고 안쓰럽고 대견하던지... 

딸이 있다면 사위 삼고 싶고, 명절날 용돈이라도 챙겨주고 싶은 그런 고모 마음이랄까?

하필이면 이런 노약자를 맡게 되어 고생한다 싶은 맘에 어떻게든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지만 내 몸은 그 마음을 배반하고 부정했다.

스무 개를 하라 시키면 열 개 쯤하고 고통의 절정을 연기했고 툭하면 주저앉아 세상이 망해버리길 바라는 얼굴을 짓는가 하면 한번 물을 마시러 가면 마치 우물가에서 수다 떠는 여인네처럼 정수기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한결같은 미소와 열정으로 이 늙은이를 괴롭히며 멱살 잡고 가려는 선생님께 어느 순간 보답을 해야겠다는 다짐에 힘을 냈고, 이후 성장하고 있다는 선생님의 칭찬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파민... 

그렇게 나는 재등록을 이어가며 그 시간은 일 년을 채울 수 있었다.

그 사이 선생님의 칭찬은 그야말로 나를 춤추게 했다. 

만약 일 년 전, 검색해 찾아간 곳이 규호샘이 있는 PT샵이 아니었다면... 

규호샘이 안 젊고 안 잘생기고 친절하지 않았다면... 

난 첫 번째 20회 세션에서, 혹은 그마저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도망갔을 게 뻔하다. 

그랬다면 지금 이 글을 쓰지도 못하고 있을뿐더러, 내 삶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더 악화되기만 했을 것이다.

PT 가격에 대해 거품이라는 말도 많고 자질과 자격의 기준도 모호해 여러 잡음이 많은 와중, 운동 후 내 변화된 모습과 삶을 보며 선생님을 소개해달라는 이도 많았다. 

실제로 추천해 준 적도 있고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실은 '좋은 PT는 어떤 사람이냐?' , '어떤 PT를 만나야 하냐?'라는 질문에는 아직도 답하기가 어렵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어쨌거나 동기부여와 목적성이 중요하고 그것은 개개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PT를 잘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하고 그 사람의 복이라 생각한다.

나처럼 조카 같은 성실한 청년에게 '고모 성애' 가 발동하거나, 자신에게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죽기 일보직전의 어르신 (2022년 8월 어느 날)



  데드리프트 80kg드는 회원 (2023년 8월 어느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좋은 PT 샘이라 느꼈던 몇몇 점들*


-90회 수업 동안 늘 한결같았다. 우렁찬 목소리, 친절한 설명, 공감과 이해

-운동에 관한 질문이나 힘든 점을 말하면 바로 대답을 해준다. 신뢰감 상승. 

-가벼운 감기나 근육통에도 어미새처럼 진심 걱정하고 위로해 준다.

-칭찬과 격려에 능하다. 

-객관적으로도 젊고 잘생기고 상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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