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_04
'일단 하면, 어떻게든 된다.'
-처음 8킬로를 달리고 나서…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해도,
자정이 가까워오는 밤이라고 해도,
여전히 달리기의 적 중의 하나는 더위다.
처음부터 종아리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고 몇 번이고 멈추고 싶은 유혹에 흔들렸다.
그때 내가 머리 속에 되내인 건 바로 '한 발짝' 이었다.
'8킬로는 대단한 게 아니야. 오른 발을 내딛었으면 그 다음 왼발, 또 오른 발…
딱 그렇게 한 발짝 씩만 내딛는 거야. 적어도 한 발은 내딛을 수 있잖아.'
그렇게 8킬로를 완주하면서 느낀 것은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노후 대비는 했어? 노후엔 어쩔 건데?
짧게는 십년 후엔, 일년 후엔, 연말에는, 한 달 후엔 어떡할래?
그런 생각은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8킬로' 를 생각하며 뛰는 것은 오히려 방해만 된다고...
그저 한발짝만... 그저 오늘, 지금만 버텨보는 거다.
빠를 필요도 없고 자세가 멋질 필요도 없다.
포기하지 않고 '일단은 달리고 있다' 는 것이 중요할 뿐…
남한테 폐만 끼치지 않게, 상처만 주지 않게, 그저 법의 테두리에서만 벗어나지 않게... 그것만으로도 과분하다.
그렇게 하루를, 한 시간을, 이 순간을 버티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러다 보면 끝에 와 있을 것이고 미련 둘 새도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다 세상과 안녕하는 거겠지.
뭐 나쁘지 않지 아니한가!
(2024. 10월 어느 더운 날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