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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호 Feb 03. 2024

다시 한번, 학생정신

1.『바가바드 기타』를 펼치며

  용의 해. 세월의 나이테는 한 줄 늘었건만, 오늘따라  마음에 드리운 그늘이 짙다. 번뇌의 수렁에서 벗어나야겠다. 책장에 꽂혀있는바가바드 기타』에 눈이 간다. 꺼내어 펼쳐본다. "다르마가 뭐냐? 간디나 비노바 바베 선생은 신이 우리에게 제시한 삶의 길, 또는 임무라고 봅니다." 관옥 이현주 목사님 말씀이 서두에 나와있다.

     

 삶의 길이란 말에 생각이 머문다. 수피 시인 루미는 인생을 두고서 여인숙이라 했다. 매일매일 희. 노. 애. 락이란 손님이 찾아드는 집이란 뜻이. 부처는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비유했고 불타는 화택(火宅)이라고 . 성자들은 삶이란 신비라고 말하지만, 나와 같은 중생에게는 힘든 여정이요, 눈물의 골짜기다.   

  

 어느새 이순(耳順)나이가 되었다. 내년이면 한 갑자(甲子)가 마무리되지만, 삶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러니 헤맬 수밖에. 지나온 길은 미로였고 두서없이 비틀대며 걸었다. 때론 찬 바람 속에 휩쓸려갔고, 불길한 예감에 심약해지곤 . 다행하게도 신의 은총으로 고해의 바다에서 경전이란 뗏목을 잡을 탈 수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경전(經典)은 미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타래. 성자들은 자신의 골수를 성경, 금강경, 도덕경, 장자, 논어 등  경전에 남겨두었다. 이 가운데서 『바가바드 기타』인도의 대표 경전이. 지구촌  영적 문화의 근원인 인도와 아리안족. 그들이 이해하는 인생관이 비슈누의 화신 크리슈나를 통하여 전하는 책이다. 『바가바드 기타』는 속세인의 삶을 위한 경전이다.   

   

 한때 몇몇 벗들과 『바가바드 기타』를 읽었다. 유목민처럼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일 년 가량 윤독(輪讀)했다. 여러 번역본 중에서 간디의 해설로 이루어진『바가바드 기타』를 선택했다. 더불어 간디의 제자 비노바 바베의 해설도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 잘 읽히는『바가바드 기타는 시공사의 정창영 본이다. 서사시에 맞는 운율감과 장(章)마다 명료한 해설이 빛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텍스트로 삼으련다.


  힌두교의 요체는 요가(yoga)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요가는 몸의 체위를 비트는 아사나(Asana)다. 이는 요가의 하위 수행법에 불과하. 사실 요가는 기도, 명상, 단식 등을 포함하는 모든 종교 행위를 가리킨다. 『바가바드 기타』는 행위의 요가를 제시한다. 개인의 임무를 강조하면서 절대자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고취시키는 경전인 것이다.     


『바가바드 기타』는 1785년 영국의 찰스 윌킨스가 소개한 이래, 서구 지성계에 끼친 충격은 컸다. 괴테, 쇼펜하우어, 니체와 같은 철인도  이 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 특히 『월든』의 저자 소로우의 『바가바드 기타사랑은 각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인도인들의 정신적 지침서 『바가바드 기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가운데서 6권에 속하며 총 18장, 700구절로 된 노래집이다. 『바가바드 기타』란 뜻은 '존경받을 만한', 기타는 '노래'를 뜻한다. 풀이하자면 “거룩한 분의 노래”이니 신의 노래라 하겠다. 신이 일러주는 구원과 해탈법이 담겨있다.     


 『바가바드 기타』몇 장을 읽다 창밖을 보니, 짙은 보랏빛이 퍼져있다. 장년의 고갯길에서 노년의 들녘을 바라본다. 숙명처럼 그 길을 걷다 보면 차츰 어둠이 깔릴 것이요. 어느 순간 마침내 나의 걸음도 멈출 것이다. 그날까지 내게 주어진 책무는 삶을 정성껏 살아내는 일이라 믿는다. 이제 다시 한번 마음의 신발 끈을 조이며 『바가바드 기타』를 모셔야겠다.     

 
 당연히『바가바드 기타는 내게 난감한 경전이다. 무엇보다도 인도 철학에 무지할뿐더러 걸어왔던 길도 부끄럼투성이기 때문. 관옥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학생 정신'을 떠올려본다. '그래, 나는 학생이다.'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앞으로 글을 올리면서 겸손한 마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가바드 기타』를 매주 영혼의 뜨락에 모셔보련다. 비평하거나 설교하지는 않겠다. 그럴 깜냥이 안 되는 걸 어쩌라. 그저 내가 이해한 만큼만 일상에 비춰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보고 싶다.    



  삶에 비춰 보면서 『바가바드 기타』를  읽다 보면 힘이 되는 하나쯤은 건질 것이라 믿는다. 인도의 그리스도, 크리슈나 신이 마부가 되어 지상의 나그네들에게 일러주는 참나의 실상과 삶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새기는 『바가바드 기타』 읽기를 소망한다.     


 삶에 폭풍우가 몰려올 때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 여기며, 바가바드 기타』에 귀를 기울이겠. 세상에 우연은 없으며 제자가 준비되면 스승은 나타날 것이라 했다. 그러니 무릎을 꿇고 경전이란 프리즘으로 내 마음을 바라보자.『바가바드 기타만나면 귀가 순해지길 빌 뿐이다. 바야흐로 이순의 계절이 아니던가

  “Hmm (hallelujah) (할렐루야) My sweet lord (hallelujah) 나의 주님 (할렐루야) Hm, my lord (hare krishna) , 나의 주님 (하레 크리슈나)’”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의 히트곡 <my sweet lord>이다.


  Lord, 크리슈나 신이 곧 주님이다. 용의 해, 주님이 부르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그분의 사랑을 깨닫고 싶. 그분은 나의 달콤한 주님(my sweet lord). 알파와 오메가인 까닭이다. 그러니『바가바드 기타』의 숲으로 걸어가 보자. 그곳에 스승이신 그리스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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