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유혹에서 벗어나는 법
우리가 마트나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물건들을 당신을 유혹한다. 입구에 놓인 (점점 더 크기가 커지는 중인))쇼핑카트와 장바구니부터 적당한 눈높이의 상품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매장, 무료 시식코너, 광고의 강렬한 색상, 신선하게 보이도록 애쓴 냉장코너, 소비를 촉진하는 조명과 음악.
이 모든 것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말 꼭 필요한 것만 사서 나오기란 아주 힘든 일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이 표현은 인생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는데, 미니멀라이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내게 중요하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이 바로 미니멀라이프이다. 그런 물건들만 남기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적'은 누구란 말인가? 미니멀라이프의 적은 불필요한 '소비'이다. 나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소비하고 비우고 다시 소비한다. 그런 행위들이 반복되면서 진짜 내 취향을 알아갈 수 있지만, 그런 행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정신없는 맥시멀리스트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삶이 정신적으로 안정적이고, 만족스럽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굳이 미니멀리스트로 살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불필요한 물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걷는 게 좋다. 물건이 적을수록 정말 자유로워지니까.
불필요한 소비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쉽게 이루어진다. 클릭 한 번이면 집 앞까지 배송되는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소비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매일 켜는 앱에서 나도 모르게 보는 광고를 통해 나도 모르게 채워지는 소비 욕구들... 갑자기 내 인생에 꼭 필요한 물건 같고, 지금 제일 싸게 파는 것 같은 물건들의 유혹을 어떻게 쉽게 뿌리칠 수 있을까.
수많은 기업들이 다양하게 고객을 유혹하는 방법(즉, 마케팅)을 안다면, 어느 정도는 구매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마케팅과 관련된 분야에 늘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편이다.
미니멀리스트 8년 차.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나서 무시하게 된 것은 1+1 아이템과 대용량 상품, 그리고 사은품이다.
생각보다 싸지 않은 1+1의 유혹?
한 개의 가격으로 두 개를 사면 엄청난 이득인 것 같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교묘한 술수를 쓴 경우가 많다. 물건 하나의 가격을 높인 다음, 두 개 가격을 하나 가격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이러한 마케팅을 많이 한다. 특히 생필품 코너에서 1+1 상품과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것을 많이 발견한다. 생필품은 언젠가는 반드시 쓸 예정인 상품이라서 대용량으로 사도 괜찮다는 인식 때문에 과하게 살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대용량으로 구매한 물건을 더 헤프게 쓰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로 정말 당장 필요한 만큼만 구매한다. 두루마리 휴지는 12개짜리만, 치약도 1개만, 비누도 1개만 구매한다. 이렇게 사면 불안하지 않냐고? 처음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을 다 썼는데도 깜빡하고 새로 구매하지 않았을 경우, 마법 같은 일이 생긴다. 다 썼다고 생각한 치약은 짜도 짜도 더 나오고, 휴지는 집안 곳곳의 티슈를 알뜰살뜰하게 찾아 쓰는 기지를 발휘하게 된다. 비누 역시 생명이 다해서 사라져 버릴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쟁여둔 물건이 없기에 끝까지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만 구매했기 때문에 다음에 다른 제품을 써볼 기회도 더 많아진다. 즉, 내 취향을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내게 필요한 물건은 동네 곳곳의 마트와 편의점에 비치되어 있다. 급하면 다음날 바로 배송되는 아주 멋진 시스템도 있지 않은가. 없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지만, 실제 경험해 보면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1개만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더 소중히 아껴 쓴다. 지구를 위해,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통장 잔고를 위해.
그리고 대부분 불필요한 것으로 남아 집안의 짐을 늘리게 만드는 무서운 존재, '사은품'을 조심해야 한다. 물론 그 사은품이 매우 유용하고 당장 쓸모 있는 것이라면 좋은 소비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행사에서 나눠주는 무료 사은품도 전혀 받지 않는다. 에코백, 텀블러, 학용품 등 실생활에 유용해 보이는 사은품들이지만 사실 집에도 충분히 많은 것들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받지 않는다. 사은품을 받아서 더 행복하거나, 받지 못해서 더 불행한 적은 없다. 즉, 내 행복에 전혀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아닌 물건이라는 뜻이다. 그런 물건은 처음부터 없는 게 낫다. 비우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아도 되니까.
1+1 상품, 대용량 상품, 사은품만 무시해도 과하게 늘어나는 짐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내 소비에 더 신경을 쓰고 물건을 더 아끼며 쓸 수 있다. 돈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 사실은 돈을 더 낭비하고 물건을 더 낭비하며 쓰게 만들 수도 있으며, 비우는데 시간과 마음을 써야 할 수도 있다. 구매하기 전에 이러한 부분들까지 충분히 고려해서 구매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수많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