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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삶이 주는 여유

내가 불편하게 사는 이유

by 두어썸머

우리 집엔 청소기도, 전자레인지도, 에어프라이기도, 전기밥솥도 없다.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가전제품들이 넘쳐나는 마당에 오히려 하나씩 없애고 있는 나.


없이 살면 안 불편해요?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어느 정도' 불편함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불편함대신 '간소한 살림'이 주는 여유가 크기 때문에 불편한 삶을 포기할 수 없다. 불편하게 사는 게 오히려 내게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가져다준다.


전자레인지 대신 냄비로 음식을 데우고, 청소기대신 청소포로 조용히 먼지를 쓸어낸다. 전기밥솥대신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고 깨끗하게 세척을 한다. 주방 살림이 간소해질수록 일상이 여유로워진다. 관리할 물건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잠깐의 불편함만 참으면 된다.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관리의 귀찮음을 이겨낼 만큼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부지런하지 않기 때문에 물건의 수를 줄인다. 모든 물건을 자주 들여다보고 관리할 자신이 없으니까.


음식물 쓰레기통 대신 집에서 나오는 비닐들을 활용한다. 시리얼 지퍼백은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음식물 전용 지퍼백이 되어준다. 음식물 냄새가 새어 나오지도 않고 버리러 가는 길도 깔끔하다. 분리수거함 대신에 마트 장바구니를 쓰는데 물건의 수를 줄이면서 쇼핑이나 외식의 횟수도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마트 장바구니정도에 충분히 재활용품을 담을 수 있다. 굳이 집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분리수거장에서 한다. 집에서 분리를 하면 분리작업을 하기 위해 여러 개의 수납함이 필요한데 분리작업을 분리수거장에 가서 하면 가방 하나면 된다. 분리하는데 몇 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 몇 분을 위해 분리수거함 여러 개를 따로 장만해서 재활용품에 집의 소중한 공간을 내어주는 게 참 아깝다.


음식물 쓰레기통, 분리수거함 등 이렇게 약간의 편리함를 위해 무심코 들인 물건은 대부분 필요이상의 공간을 차지해서 결국 심적인 부담만 안겨주는 물건이었던 적이 많다. 작은 물건들 여러 개가 모여서 잡동사니가 되고, 잡동사니들이 모이고 모이면 결국 불편함을 안겨준다.


여유롭게 산다는 것은 공간의 여유로움과 더불어 심리적인 안정감이 주는 여유로움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고 관리하는데 시간을 덜 쓰는 시간적 여유로움, 물건을 적게 들이면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고 점점 재정적인 여유로움까지 누릴 수 있다.


미니멀하게 산다는 것은 인생을 여유롭게 산다는 것이다. 작은 불편함이 그런 여유로움을 가져다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불편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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