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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나오는 바다

3년 차 러너의 달리기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by 두어썸머

나는 미니멀리스트이기도 하지만 러너이기도 하다.


3년째 혼자 달리고 있다. 마라톤 대회 같은 것에도 나가지 않고 혼자 달린다. 이사를 할 때 고려했던 첫 번째 조건도 ‘달리기 좋은 곳’이 있는 동네였다. 아이가 다니기 좋은 학교라든지 베란다가 있어야 한다든지의 조건은 그다음이었다.


우리 집 앞에는 강을 따라 이어진 기나긴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를 쭉 달리다 보면 드넓은 바다가 나온다. 30분만 달려도 바다를 볼 수 있는 동네. 그렇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두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서 한달음에 바다로 갈 수 있는 것이다!


바다라는 존재는 참 대단하다. 그저 물이 가득한 곳일 뿐인데 존재만으로 가슴이 뻥 뚫린다고나 할까. 끝없이 이어진 바다의 끝엔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끝이 보이지 않기에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고 그 덕분에 마음이 평안해진다. (물론 바다너머 다른 나라가 있다는 것은 세계지도의 완성 이전에도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무한하다고 믿고 싶은 순간이 있다.)


달리기를 하고부터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아프지 않고 무사히 달릴 수 있는 몸이라서 감사하고,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고, 나와 함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서 감사하고, 마음만 먹으면 당장 바다로 달려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항상 달릴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식단에 신경 쓰게 되었고, 덕분에 마흔이 되어서 30대 때보다 더욱 건강해졌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집을 나서서 끝없는 길을 내달리면 어느샌가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1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해 준다.


나는 언제든 달릴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서 바다로 갈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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