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의 러닝 이야기
누구나 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뛰어논다’라고 표현할 만큼 아이들은 일상에서 참 많이 뛰어다닌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뛰었던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뛸 일이 거의 없어진다.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 잠깐 뛰는 게 고작 전부일지도.
우린 모두 뛰어놀면서 자랐기 때문에 뛰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러닝’은 다른 운동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규칙도 따로 없이 두발을 빠르게 굴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깐.
러닝이라는 운동이 유행처럼 번져서 이제 언제 어디에서나 달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제대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나도 완벽하게 바른 자세로 뛰고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아름답게 달리려고 노력한다.
달리는 데 무슨 방법이 따로 있어? 운동화 신고 그냥 뛰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계속 러닝을 반복하다 보면 놀이가 아닌 운동으로써의 러닝은 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신체의 어떤 부위에 통증이 생기면서 포기하기도 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착지하는 발의 모습, 흔들리는 팔의 모습, 상체의 기울기, 어깨의 상태, 케이던스, 거리, 속도, 자신의 발에 맞는 괜찮은 러닝화, 끈을 묶는 방법 등 은근히 신경 쓸 것이 많다. 그냥 뛰어도 괜찮다면 괜찮다. 하지만 괜찮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고집스럽게 잘못된 동작으로 오버페이스로 달리다 보면 결국 오래 달릴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바른 자세, 적당한 페이스로 달려야 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혼자서도 충분히 고쳐나갈 수 있다. 그러면서 점점 발전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러닝의 또 다른 매력이다.
러닝을 하면서 배운 또 한 가지는 ‘욕심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조금 달릴 줄 알게 되면 속도와 거리에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자세보다 속도와 거리에 초점을 두게 되는데 그렇게 자신의 신체 능력보다 오버해서 달리면 반드시 부상이 따른다. 그러면 다음의 러닝이 두려워지고 점점 멀어지게 된다. 오래 건강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페이스에 맞춰서 ’제대로‘ 달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약간 아쉬울 정도‘로 달린다. 아쉽지 않게 달려야 다음이 있다. 숨이 끊어질 듯 최선을 다해서 달리면 다음을 기약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모든 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배우면서 자라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는 것을 러닝을 통해 배웠다. 약간의 아쉬움은 나를 오래오래 이끌어주는 힘이 된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듯이 운동도 적당한 여유가 필요하다. 다음에 힘을 낼 수 있는 여유. 그 여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 좋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야 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진다. 최선을 다하지 말자. 오래 함께 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