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일터로 향하고, 아이는 학교로 향했다.
집에 혼자 남은 시간이다. 소소하게 해야 할 일이 많다. 볶음밥 만들고 소분하여 냉동고에 넣기, 누레진 수건들 락스에 담갔다가 세탁하기, 우쿨렐레 사진 찍어 중고마켓에 올리기 등. 하지만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복직까지 100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휴직 기간의 막바지라 생각하니 요즘 마음이 급해졌다. 딱히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야하며,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에게 지우고 있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음에도.
혼자 있는 집에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육성으로 말했다.
"괜찮아, 책 읽어도 돼. 내 시간, 온전히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시간 보내. 마음 불편해하지 말고."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이 해가 되는 일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있다. 아래와 같이 이름 지어본다.
'습관성 통제'
스스로를 너무 습관적으로 통제하며 살아온 게 아닐까. 통제하는 것이 그냥 습관이 된 상황.
이젠 점진적으로 바꿔 나갈 거다.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다면, 나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신나게 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