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공용어는 영어와 프랑스어입니다. 길지 않은 역사를 통해 대서양을 건너온 영국과 프랑스는 신대륙 영토와 주권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였고 그런 역사의 흔적들은 아직도 캐나다 동부지역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퀘벡 (Quebec)주는 그런 사례의 하나로 아직도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캐나다 연방정부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특별한 지역입니다. 퀘벡 주의 가장 큰 도시인 몬트리올(Montreal)은 프랑스의 파리다음으로 세계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큰 도시이며 이미 1976년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했을 정도로 경제규모나 인구수로도 캐나다를 대표하는 도시입니다.
그러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세계 인구수의 감소와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Blue Jays)가 1992, 1993 연속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쾌거로 토론토가 북미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몬트리올은 캐나다 제1의 금융도시의 자리를 토론토에 넘겨주게 됩니다. 토론토와 같이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오타와(Ottawa)는 캐나다의 수도라는 행정적인 위치인지 아니면 퀘벡주와 가까운 지리적인 영향 때문인지 프랑스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민초기 회사일로 오타와에 있는 관련 정부기관을 방문했을 때 건물 안 카페의 메뉴가 전부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고 공무원들의 대화도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편하게 사용하는 점에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이전 근무하던 직장에서는 분기별로 정부 기관의 감사를 받는 관계로 주 정부 공무원들을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주 얼굴을 대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친분이 쌓이고 그들로부터 주정부 공무원으로 한번지원해 보라며 여러 가지 정보와 추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고 시작했지만 프랑스어를 영어와 함께 사용해야 조건 때문에 프랑스어를 몇 년 공부하다 아쉽게포기했습니다.
Old Quebec City의 겨울 야경 (출처: National Geography)
영어권이 아닌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은 주정부에서 지원하는ESL (English as Second Language) 교육을 (캐나다 정부는 2010년경 쯤부터 이민법 일부를 개정하면서 이민자들의 영어교육 예산을 줄이고 그 부분을 공공의료 쪽으로 옮겼습니다), 학생들은 ESL 과정이 있는 학교에서 영어 수업으로 도움을 받게 됩니다. 마친가지로캐나다의FSL(French as Second Language) 프로그램은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영어 학습자를 포함하여 영어 교육기관의 모든 학생을 위한 것입니다. 특수 교육이 필요한 학생에게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지침은 FSL을 포함한 모든 커리큘럼 정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온타리오주에는 아래의 세 가지 FSL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Core French (코어 프렌치)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들은 프랑스어를 한 과목으로 수업을 받습니다. 초등학교 수준에서 학생들은 8학년이 끝날 때까지 최소 600시간의 프랑스어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중등 수준에서는 9학년과 10학년을 위한 아카데미, 응용 및 개방형 학습 과정이 제공됩니다. 대학 준비 및 개방형 학습 과정은 11학년과 12학년을 위해 제공됩니다.
French Immersion (프렌치 이머젼) 보통 1학년 이전에 주니어 또는 시니어 유치원 (Junior, Senior Kindergarten)부터 시작합니다. 유치원부터 3학년까지 프랑스어로만 교육을 받으며 4학년부터 7학년까지의 학생들은 매주 약 5시간의 영어 수업을 받습니다. 영어 사용은 학년마다 증가하지만 매일 프랑스어 사용은 최소 50% 이상입니다. 8~10학년 학생들은 계속해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고 프랑스어로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을 공부하게 되고 다른 과목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11학년 학생들은 사회와 프랑스어 수업은 프랑스어로 계속 배우고 다른 모든 과목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마지막 12학년 학생들은 프랑스어 과목을 제외한 다른 모든 과목을 영어로 공부하게 됩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프랑스어 능력은 학생의 영어 능력이나 학업 성취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French Immersion의 주요 목적은 영어권 학생들에게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지만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모든 어린이에게 적합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Extended French (프랑스어 확장 4-8학년) 이 프로그램은 집에서 프랑스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Junior Extended French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4학년 레벨에서 시작하고학생들은Extended French 학교에서 4~8 학년까지 하루 중 50%를 프랑스어 수업을 하게 됩니다.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과목은 프랑스어, 사회 및 예술이며 영어 예술, 수학 및 과학 과목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학생들이 4학년 입학부터 12학년 말까지 프로그램을 계속하도록지정된 학교로 진학할 수 있습니다. Extended French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프랑스어를 과목으로 배우고 프랑스어가 교육 언어인 다른 과목을 하나 이상 수강합니다.
캐나다에서 초등학교 중반부터 중학교까지 대안학교 (Alternative School)를 다녔던 큰 아이는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배운 프랑스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부터는 French Immersion School로 진학해서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프랑스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경험했던 이유로 작은 아이가 첫 유치원인 Junior Kindergarten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French Immersion Kindergarten으로 보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였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주저하며 찾아보니 집 가까운 곳에 French Immersion School이 하나 있었고 유치원도 같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학 접수를 하고 학교설명회를 통해 유치원부터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French Immersion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같은 초등학교로 올라간다는 과정을 알았습니다. 또한 유치원에서부터 3학년 때까지는 100% 프랑스어로만 모든 수업을 진행하고 4학년부터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50%씩 혼용해서 수업을 한다는 자세한 내용도 알게 되었습니다.
캐나다 주별 단일 언어와 이중 언어 사용 인구수 (출처: Canada.ca)
부모가 ESL(English as Second Language)이고 프랑스어를 모르는 이유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랫동안 시스템을 운용해 온 결과 전혀 문제없다는 학교 측의 자세한 설명과 재학생들의 경험담을 듣고 마침내 입학을 결정하였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French Immersion으로 진학하였고 이러한 언어의 조기 교육 시스템으로 영어, 프랑스어 모두 사용하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성장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작은 아이는 처음 어떻게 두 언어(한국어과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발전시켜 가는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큰 아이 때 보다 말 배우는 속도가 좀 늦은 편이었는데 아무래도 부모와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많이 보는 TV 어린이 방송과 비디오는 영어로만 된 이유로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4살부터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영어와 프랑스어의 말하기, 듣기, 읽기의 수준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어를 쓰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더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는 더욱 영어와 프랑스어만을 사용하는 것 같아 안 되겠다는 생각에 주말에 운영하는한국어 학교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그 기간 동안 한글을 읽고 쓰고 말하는 훈련으로 나이가 들면서 한글 책도 볼 수 있게 되고 한국 방송에 나오는 관심 있는 프로도 보게 되면서 한국어가 많이 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어와 프랑스어를 쓰는 교육을 받으며 성인이 되었지만 어릴 때부터한국어를 배우고 접하는 문화를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어를 잊지 않고 쓰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