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Anne Mar 31. 2023

진달래꽃


어릴 적, 산에 있는 진달래를 호미로 캐와서 마당에 심었다. 식목일날인데, 무슨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를 몰라서 친구와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곱게 피어 잘 자라고 있던 진달래꽃나무를 산으로부터 데려왔다.


자주 다니던 체코의 동물원이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논다길래,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러다  뭔가가 눈에 띄어, 놀란 눈을 하고 달려가 본 꽃은 진달래꽃이었다. 연한 색감이 울적했던 마음에 눈부시게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진달래꽃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음 해 봄에도 조용히 핀 꽃을 찾아갔다. 몇 가닥 안 되는 나뭇가지에 달린 꽃들을 혼자서 실컷 보고 즐겼다.


친구가 말했다.

'진달래꽃이 만발해도 주변의 배경으로 숨어 버린다고. 진달래꽃은 가까이 가야지만 예쁜 줄 알아볼 수 있다고.'


분홍 물감 자국 하나 찍어놓으면 은근히 퍼져서 꽃나무 전체에 자연스레 물이 든다. 그런 것들이 좋다. 유별나지도 힘이 들지도 않는, 마음이 편안한 대로 흘러가는 것들. 보호색을 띠고 있다, 진짜 사랑하는 이에게는 황홀하게 다가선다. 좋아하는 것들을 아껴두는 마음처럼, 꽃들이 지고 나서야, 초록을 내비치며 서서히 번져간다.

즈려밟고 가는 무딘 이를 고이 보내드리고 나서도,

은은하게 눈에 띄지도 향을 내지도 않은 채로 나지막한 산에서, 다시 피어난다.


봄에는 친구와 산으로 쏘다니며 진달래꽃, 산복숭아꽃, 하얀 싸리나무 꽃들을 한아름씩 꺾었다. 팔이 모자라면 귀에도 꽂고 다녔다. 연한 봄꽃, 특히나 진달래꽃이 좋다.

나는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주변의 것들과 잘 어우러지게.









매거진의 이전글 봄사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