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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Apr 07. 2024

미국광고 vs 한국광고

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오늘 낮잠에 들었는데, 미국 광고 대행사에 재취직한 꿈을 꿨다. 


시점은 2024년 4월. 한국에 머물고 있는 나와 내 와이프가 등장한다.


"뉴욕에서 연락 와서, 넘어오래. 연봉도 2억이나 챙겨주겠대!!"


와이프는 아무 말이 없다.


"우리... 잠시 6개월만 미국 살다가, 다시 한국 와도 되니까 다시 넘어갈까?"


와이프는 마지못해 응한다.


"조아-써! 가는 거야!! 짐 싸!!!!"


잠에서 깨자, 방안 매트리스에 누워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으ㅏㅇ아아아ㅏ아ㅏ아ㅏ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나아아아ㅏ아아아아아


그래서, 오늘은 미국광고와 한국광고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통점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광고를 만드는 것


한국도 미국도 정말 창의성을 중요시 여긴다. 미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creativity이며, 한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creativitiy다. 둘 다, 기준치가 매우 높으며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려고 애쓴다. 나는 이 점이 정말 자랑스럽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다르게 말하려고 애쓰는 마음. 그게 창의성의 본질이지 않을까? 


다르지 않으면 사람들은 관심을 안 줘. 사람의 뇌가 그렇게 되어 있어


다른 관점이 깃든 생각 혹은 다른 표현 방식이 사용된 생각이 주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걸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서, 밤을 새운다. 잠을 자지 않고, 버스에서도 욕조에서도 걸어 다니면서도 심지어 자면서도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광고인들이다. 이 점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말 공통적이다. 한국의 클라이언트도 미국의 클라이언트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원한다. 누구보다, 더 열렬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원하는 건 오히려 한국 클라이언트 쪽인 것 같다. 


질리도록 광고를 사랑하는 마음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솔직히, 광고는 미치광이들이 하는 일인 것 같다. 자기 일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많다. 재밌어서 하는 일이라면서, 중독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정말 질리도록 열심히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경외심이 드는 사람들 말이다. 


"사람들이 애써서 스킵하려는 광고를 왜 그렇게 열심히 만드시나요?"

"그러게. 왜 그러나 몰라."


좋아서 만드는 것 같다. 그냥 좋아하니까, 재밌으니까, 잘하고 싶으니까, 그래서 야근을 하고 몸이 망가지도록 열심히 일을 하는 거 아닐까?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미국에서도, 이렇게까지 광고를 해야 하나요? 매일 야근에 박봉에,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요? 라면서, 한풀이를 하는 광고인들이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꾸준히 하는 이유는 자기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차이점은 일의 양 차이다.


워라밸의 강도를 1부터 10이라고 치자. 한국은 때때로 10을 친다. 미국은 때때로 8을 친다. 신규 광고주 유치를 위한 Pitch를 예로 들자.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밤을 새운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애니매틱으로 시안영상을 만들어간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레젠테이션을 아름답게 만든다. 사실,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한 장 한 장, 아름답고 정성스럽게 만드는 건 미국이 더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일의 양과 강도는 다르다. 


미국에서도 외주를 맡기지는 않는다. 제작팀이 애니매틱에 들어갈 영상소스를 다 찾고, 자막까지 직접 PNG로 만들어서 편집실에 넘겨준다. 한국에서는 편집실에서 영상소스를 다시 찾으며 자막까지 직접 다 붙여주셔서, 정말 노력의 양이 어마무시하구나.라고 느낀다. 그래서, 대행사나 프로덕션이나 경쟁피티에 들어가면 정말 힘들다. 


인쇄, 소셜 광고 같은 경우에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전부다 아트 디렉터들이 제작한다. 시안을 만들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컨펌을 받는다는 점은 똑같다. 다만, 아트 디렉터가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동시에 디자이너들이 같이 붙어서 작업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일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도 디자이너들이 같이 붙어서 작업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크게 차이는 안 날 것 같지만, 이상하게 워라밸이 심각하게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 건 한국 쪽인 것 같다. 


또 다른 큰 차이점은 보상, 즉 연봉과 복지다.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것 같다. 대기업, 중소기업에 관계없이 연봉 테이블이 일정하다는 특징도 있다. 그래서, 오길비를 다니던지, 중소기업을 다니던지 상관없이 작업의 퀄리티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연봉이 크게 상이한 것 같다. 사실상, 콘셉트를 짜고 하는 일은 같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대기업의 복지를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서 보상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게 신기했다. 이제는 한국의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했지만, 처음에는 미국식으로 생각해서, 다 연봉이 비슷하겠지. 복지가 차이가 있을까? 그래봤자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안일했다.ㅋㅋ;


미국에서의 복지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할 것 없이 동일했다. 딱히, 복지라고 할 만한 건 없었던 것 같다. 휴가도 10일에서 15일 정도로 동일했었던 것 같다. 다만, 연봉 인상폭이 아주아주 컸다. 30%가량 연봉이 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오르는 연봉의 폭과는 정말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핸드폰 비용 지원, 교통비 지원, 이런 건 미국에서도 다 적용되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지원되는 것 같아서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다만,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 차이가 아주 큰 건 분명한 것 같다.


가장 큰 차이는 시야 차이


미국에서는 "아 이다음에는 뉴욕으로 갈래." 혹은 "아 나는 유럽에서 일하고 싶어. 아 나는 일본도 가고 싶어." 이런 식으로 도시 이동이라는 거대한 이직 사이클이 존재했었다. 워낙에 인터내셔널 하고 다양하다는 차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동료들이 주변에 많이 있어서, 해당 국가의 문화나 대행사의 특징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어서 더 재밌는 대화가 많이 이러 줬던 것 같다. 그 덕분에, 시야가 넓어지고 더 크게 크게 생각하게 되어서 나의 방랑자 기질을 더 자극했었던 것 같다.


서울에서 산다니, 너무나 설레는 일 아니니?


나는 태생적으로,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새로운 사람으로부터 받는 신선한 자극을 즐긴다. 그냥 성격이 그렇다. 그래서, 사실 한국에서 일하는 시간들도 나에게는 모험 같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이 순간들이 나에게는 여행 같다. 서울에서 산다니 얼마나 설레는 일이니? 서울에서 방을 구하고, 이사를 가고, 돈을 벌고, 친구를 사귀고 이 모든 일들이 너무 재밌고 신선하다. 서울에서 살기를 원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너무 많았었다. 도쿄 아니면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았어서, 나에게도 서울이란 도시는 정말 매력적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하지 않을까? 정말 매력적이고, 신선하며, 재미있는 도시이지 않을까? 나는 태생이 한국인이라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일하는 건 처음이긴 하지만 점차 적응하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오늘은 미국광고와 한국광고의 공톰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알아봤다.


두 나라 모두 장단점이 뚜렷한 것 같다. 한국에서 광고를 한 사람이라면 미국에서 광고하기를 원할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광고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유럽에서 광고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인생 뭐 있나? 모험이지.


도전할 수 있으면 도전하길 바란다. 나도 서울에서의 여행이 너무나 설레고 새롭다. 내 정신이 또 어떻게 변해서, 유럽을 가고 싶다고 할지. 미국을 가고 싶다고 할지. 아프리카를 가고 싶다고 할지. 누가 알겠나? 뭐가 됐든, 한 번뿐인 인생에서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디를 가던지, 무슨 일을 하던지 장단점이 있는 것일 뿐. 결코, 그 선택이 잘못됐다거나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세상에 틀린 선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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