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조직 구조가 바뀌면 기획의 본질도 달라진다.
우리는 같은 '크리에이티브' 혹은 '컨텐츠 기획'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 말에 담긴 현실은 대행사와 인하우스는 아주 다르다. 내가 겪은 3가지 큰 차이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에이전시는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 ‘성과’보다 ‘만족’을 우선시한다. 인상적인 비주얼, 트렌디한 포맷, 빠른 결과물. 그것이 무엇을 바꾸었는지는 2순위다.
반면 인하우스는 내부의 눈치를 보며 브랜드의 장기적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단기 성과를 놓치면 안 되지만, 결과의 지속성과 비용 효율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 한마디로 에이전시는 ‘보여줘야 하고’, 인하우스는 ‘남겨야 한다’.
'남겨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데, 이 부분은 광고를 직접 태우고 그 광고로 인해서 발생하는 CTR, CVR 등을 분석한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티브를 보완해서 나아간다.
'매출'을 내는 마케팅이 '인지도'를 올리는 것보다 중요하다.
TV광고보다 숏폼 광고가 각광을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정말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그 핵심은 바로 '전환'이다. 뷰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컨텐츠를 만들고, 그 컨텐츠가 '매출'을 일으키느냐... 라는 관점이 제일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꼭 명심해야하는 점은 '3초의 법칙'이다.
크리에이티브는 3초 이내에 사로잡을 수 있는가? 아닌가?의 관점
많은 경우, 일반적인 영상의 평균 시청 시간은 3초 언더이다. 5초 이상이 나왔다면, 우수한 컨텐츠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떻게 하면, 3초 이내에 사로잡는 훅을 기획하고 사람들이 이 물건을 사게 만들수 있을까? 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다음에는 어떻게 사로잡는 컨텐츠를 만드는 지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이야기해보겠다.
에이전시에서 기획안은 ‘제안서’다. 클라이언트가 만족해야 계약이 성사된다. 그래서 대개 디자인이 화려하고, 포맷은 매끈하며, 비전은 스펙터클하다. 화려한 수사도 당연히 들어간다. 실현 가능성은 그 다음 문제다.
인하우스에서는 기획안이 곧 실행의 설계도다. 나중에 ‘내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 기획안을 보는 사람은 동료이고, 내부 의사결정권자며, 때로는 대표다. 그래서 기획의 화려함보다 맥락과 논리가 우선된다.
대행사는 화려하고 새롭지만, 인하우스는 실현가능성 및 전환율이 중요
대행사에서 나는 제안서 쓰는 일을 아주 잘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페이지가 아름답고 잘 디자인 되어 있었다. 여기서 놓치는 부분이 예산이다. 얼마의 금액을 투자해서, 얼마만큼의 노출을 하고 그것이 어떻게 매출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부분을 놓친다. 대신에, 정말 새롭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꼭 가져가야한다는 압박감이 심하다.
인하우스에서는 새로운 것보다도 현실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이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한 금액이 얼마이며, 아웃풋이 어떻게 나올지를 기반으로 제안을 한다. 따라서, PPT 디자인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핵심적인 정보와 제안이 어떻게 되는지...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얼마나 매출이 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에이전시는 대체로 ‘혁신’을 제안한다. 새로운 포맷, 모험적인 메시지, 파격적인 크리에이티브. 이유는 간단하다. 실패해도 책임은 분산되고, 성공하면 대박 사례가 된다.
인하우스는 반대다. 리스크는 그대로 브랜드 평판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익숙한 방식, 이미 검증된 사례를 선호한다. 새롭지만 안전해야 하고, 실험적이되 브랜드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엔 무서운 ‘사후관리’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대행사는 '혁신'을 제안하고, 인하우스는 '검증'을 제안한다.
내가 대행사에서 경험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중요했다. 따라서, 직감이 정말 중요하다. 직감적으로 이건 새롭고 놀라우며 따라서 이 아이디어는 터질 것이다. 라는 관점이 있다. 그래서, TV광고보다는 비전통광고가 더 인정을 받았고 마케터들이 더 좋아했었다.
글로벌 마케터로 활동하는 지금은 '검증'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대표에게 제안을 하고, 대표는 매출을 요구한다. 매출이 날 수 있는 마케팅 전략과 컨텐츠입니다. 라고 나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지만 제안을 할 수 있다. 즉, 리스크를 감수하는 방식이 전적으로 다르다. 마케터에게 리스크는 '검증'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증'대로 안됐다.라는 관점이다. 따라서, 아이디어의 개념보다는 가설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그 가설이 결과가 미비했다면, 어떻게 보완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나아간다. 그리고 비용은 어떻게 줄일 수 있고, 그 비용 대비 더 높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행사는 '효율'을 놓칠 수 있고, 인하우스는 '임팩트'를 놓칠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낫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서로의 문법을 이해해야 진짜 기획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에이전시에서만 일해본 사람은 ‘효율’을 모르고, 인하우스만 경험한 사람은 ‘임팩트’를 놓친다.
콘텐츠 기획은 결국 ‘무엇을, 누구와, 어떤 구조 안에서’ 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획이란 말 자체가 사람과 구조를 포함한 말이라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