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eyoung Lee Aug 30. 2020

탄탄면이 부른 추억

새로운 식당이 생기면 글러주는 예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  항간에 떠도는 두 달 주방장의 손님 끌어대는 신공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두 달이 지나면 주방장은 떠나고 식당의 음식은 전혀 다른 것으로 변질한다. 이번에 생긴 식당은 탄탄면이란 이상한 이름의 라면을 판다.  탄탄면이라. 어랄적 한탄강 근처에서 살았던 터라 탄이란 글자만 나오면 갑자기 예민해진다. 한탄강은 어찌 그렇게 한탄할 것이 믾아 이름이 그리되었는지.... 그리고 대전에도 탄자가 들어간 동네가 제법 된다. 탄방동이 있고, 또 뭔가 더 있다.  그리고 잊을 수없는 어릴 적 연탄의 추억.. 연탄가스를 마셔본 사람은 안다. 그 매큼하면서 몽롱해지는 냄새.. 조금 지나면 일어서다가 푹 쓰러지는 엄청난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면 김치 국물을 마셔야 했다.  탄탄면은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모든 종류의 "탄" 것들을 소환했다. 


탄탄면을 먹는 방법이라고 무려 8개가 넘는 순서가 전산 프로그램처럼 걸려있었다. 나는 시키는 대로 일단 했다.  우선 숟갈로 면과 국물을 잘 섞은 다음 국물을 먹으면서 국물 맛을 음미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을 어기면 아마 맛이 어디로 도망가는가 보다.  국물로 일단 혀를 다스리는 이런 기술은 국물에 뭔가 비밀이 숨어있다고 봐야 한다.  시키는 대로 했다  파와 라면사리를 잘 섞으면서 국물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입.. 아 국물은 이상한 요소로 가득 찬 것이 뭔가 투명하지 않았다. 그 진함은 바로 땅콩 맛인데.. 갑자기 나의 뇌리를 땅콩버터가 스티고 지나갔다. 어릴적 땅콩버터는 마가린에 땅콩가루를 섞은 것인지 아니면 화학물로 땅콩 맛을 낸 것인지 모르지만 샌드위치 사이에 넣어 가게에서 팔았다. 그리고 땅콩 캔디도 그런 맛이았다. 나중에 미국 가서 땅콩버터에 빵을 발라먹는 것이 가난의 상징이란 것을 알게 도기 전까지 나에게 땅콩버터는 지상 최고의 음식이었다. 


탄탄면은 그다음 면과 파를 먹으라는 설명을 했다. 그리고 계란을 먹고, 국물이 반으로 줄 때까지 먹고 또 무슨 짓을 하라고 했다. 까먹었다. 그리고 면을 다 먹은 다음에 밥과 김치를 넣고 먹으라고 했다. 나는 이 복잡한 탄탄면 먹는 법을 잘 준수하려고 애를 쌌다.  


탄탄면은 나에게 땅콩으로 큰돈을 벌어 미국 대통령까지 되었던 지미 카터를 소환했다. 그는 내가 대학생이 되려고 하던 시절에 대통령이 되었고, 주한 미군 철수 같은 엄청난 말을 해서, 우리는 이를 반대하러 여의도까지 나가 데모를 해야 했다. 국가를 위한 데모를 하는 과정에 그는 우리 사이를 쏜살같이 지나갔다. 우리가 얼마나 주한미군을 사랑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탄탄면은 어릴 적 시골서 키웠던 땅콩밭을 소환했다. 가을이면 땅콩을 캤고, 땅콩을 까서 볶던 그 고소한 냄새.. 그러나 땅콩이 국물을 낼 줄이야.. 탄탄면은 그런 면에서 제법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라면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숨 먼 자들의 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