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은 먹기 싫어. 가시 발라 먹기 귀찮아.'
생선은 내 입 맛에 맞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난 등푸른 생선이 싫다. 그 이유는, 묘사하기 어려운 어떤 특유의 맛이 등푸른 생선들에서 느껴지는데 그 맛을 내 입에서 거부하기 때문이다. 내 의지로 컨트롤할 수 없는 그냥 본능적인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한편 흰 살 생선은 입맛에 잘 맞는다. 좋아한다.
그러면 반문할 수 있다. 등푸른 생선을 안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아내는 식단의 영양 밸런스를 맞춘다면서 생선을 거의 매일 식탁에 올린다. 문제는 아내가 등푸른 생선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과 심한 소식가라는 점이다. 따라서 아내가 남긴 등푸른 생선을 내가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진짜 문제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며 살 수는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난 등푸른 생선을 즐기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등푸른 생선을 '보약'으로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몸에 좋다면 쓴 약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등푸른 생선도 보약처럼 먹으니 먹을만했다. 그리고 내가 잘 먹어줘야 아내도 다양하게 생선들을 바꿔가며 먹을 수 있다. 어제 그제 먹다 남긴 생선을 오늘도 먹으면 지겨울 테니까. 이렇듯 내가 등푸른 생선을 먹는 이유에는 아주 살짝 아내에 대한 사랑도 깃들어 있다.
그런데 있었다. 왜 그 생각을 진작에 못했었을까?
맛있는 생선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손가락들을 활용하여 가시를 바르는 것이다.
맛있는 생선을 '더+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남이 가시를 발라준 생선을 먹는 것이다.
난 아내에게 생선을 발라주며 우리 가족 간의 사랑과 행복을 맛본다. 이것이 바로 최고로 맛있게 생선을 먹는 방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