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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날만 Apr 22. 2017

자기비하자의 손짓


자기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들. 더 깊은 곳의 순수한 낙천이 미소에 반영되는 사람들. 눈빛에 회의가 아니라 생기가 담긴 사람들. 입술로부터 한탄이 아니라 계획이 나오는 사람들. 긍정적인 사람들의 한 가운데서 나는 한없이 어두운 자신을 보았다. 그로부터 나아져야겠다, 밝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마냥 사라져버리고 싶어서 놀랐다. 나의 부정의 병은 불치이구나 싶어서 화들짝. 나는 어떻게 이토록 병 없는 이들로부터 사랑 받아 왔을까? 그들은 나를 왜 챙기는 것일까? 도무지 이 전염병 환자 근처에 다가올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그저 피곤하였다. 나 주제에 그러한 빛나는 삶들 곁에 있다는 것에 대하여 피로를 느꼈다. 이 피로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내미는 수줍은 선물이다. 나의 지친 얼굴을 보고 나로부터 멀어지라는 선물. 줄 수 있는 것이 떠남에의 권유 따위뿐이어서. 고마우니까, 고마운 만큼 내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주려는 것이다. 바이-바이-



Cover image: Edvard Munch, Separation,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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