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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다영 Jul 21. 2022

브런치

글쓰기가 주는 위안


  브런치 앱의 알림을 켜두면 누군가 나의 브런치를 구독하기 시작했거나 라이킷했을 때 외에도 글의 조회수나 라이킷수가 일정 수를 넘기면 알려준다. 어제 오전에 <엄마의 베란다>를 발행하고 얼마 후에 갑자기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이게 몇 시간 만에 가능한 일인가 싶어 통계 화면을 열었다. 유입 경로를 보니 기타 유입 수가 엄청나게 높아져 있었다. URL을 확인하니 https://www.daum.net/이었다. 다음 메인 ‘홈&쿠킹’ 페이지에 내 글이 올라와 있었다. 나의 사진과 글의 제목을 생각지 못한 페이지에서 보니 반갑고 신기했다. 어제 하루 동안 브런치의 총 조회수는 18447을 기록했다. 이번 달 들어 조회수가 오르는 추세기는 했지만, 지난달만 해도 평균 조회수가 50 내외였다. 과연 포털사이트 메인의 위력은 놀랍구나 싶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내 브런치에 방문했다는 것도, 내 글을 읽었거나 또는 읽다 말았거나, 아무튼 내 글을 접했다는 사실은 꽤 설레는 일이었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 결국 나의 의견과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말 혼자만을 위한 글도 있겠지만, 대개의 글쓰기는 공개를 위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야기를 고백하면서 자신은 물론이고 그 너머의 타인에게 동조를 구하고, 삶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확실히 글쓰기에 유용한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가 알려주는 숫자 안에는 사람이 있다. 그중 몇 명에게 라도 나의 마음이 가닿았다는 감각은 계속해서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된다.


  지난달 말에 첫 브런치북 <우리는 여전히>를 만들었다. 브런치북을 만들어두면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이 글을 읽는지, 어떤 글을 가장 많이 읽는지, 완독률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기에 솔깃했다. 처음에는 목차를 정리해볼 겸 브런치북 만들기를 시도했다가 덜컥 발간까지 해버렸다. 발간 후에 순서대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이 이야기가 정말 책의 형태가 되려면 뭔가 더 풍성한 느낌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이사이 이야기가 더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지만, 그보다는 성취감이 훨씬 더 컸다. 그간 써둔 글로 목차를 정하고, 브런치북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어떤 이들에게 이 브런치북을 추천할지를 정하고, 표지의 이미지를 고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글을 쓸 때만큼이나 나를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겪은 일과 그 일로 인해 아프고 혼란스러웠던 마음과 그 마음을 돌보기 위해 애썼던 시절을 잘 갈무리했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벅찼다. 이제 그 시절을 여기에 두고 조금 더 튼튼해진 내가 되어 다음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던 초반에 한 작가가 내게 말하기를, 글을 쓰는 일이 나에게 ‘구원’ 같은 장치인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아니라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정말 그랬다. 그 사실을 나도 느끼고 있었기에 나도 모르는 새 글쓰기를 더 꼭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어떤 해답을 찾기 위해 끝없이 헤매고 있었을지 모른다.

  작가 승인을 받은 건 두 해 전 봄이었지만,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작년 겨울부터였다. 십일월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서른여섯 편의 글을 썼다. 한 달에 네 편 정도의 글을 쓴 셈이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 주에 한 편 글쓰기이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면 글이 쌓이는 만큼 나도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쓰며 살면 좋겠다. 글쓰기가 주는 자기 정돈의 힘과 위안을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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