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0일 금요일
얼마 전에 아이폰의 스크린 타임을 확인했다가 ’Daily note’라는 스케줄 관리 앱의 이용 시간이 하루 한 시간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정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날마다 무엇을 먹고, 읽고, 보았는지, 어디에 갔고, 누구를 만났는지 수시로 앱을 열어 확인하는 것이다. 심지어 수건 세탁이나 채소 손질, 칫솔모 교환 같은 자잘한 일들을 언제 했는지까지 적혀 있다. 이 정도면 기록 강박증이 아닌가 싶다. 강박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불합리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그 생각을 떨치려고 할수록 더욱 초조해지는 정신 이상증’이라고 나온다. 다행히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만약 내가 기록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잠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불안과 초조함이 상상된다. 아마도 이건 자의식 과잉에서 오는 현상일 것이다. 자의식 과잉에 대해 찾아보면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자아와 대립, 교차하는 의식. 흔히 열등감, 강박감, 분열감 따위가 일어난다.‘라고 쓰여있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줄곧 느껴왔던 미묘하고도 끈질긴 불안과 울분은 분명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염려하느라 나를 끊임없이 의식하는 상태. 심하게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마저 누군가의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시선, 오랜 시간 학습되어 내재한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내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나도 모르는 새 타인의 기준을 흡수하여 스스로 관찰하고 검열하는 증상. 증상이라니. 증상의 의미는 ’병을 앓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상태나 모양‘이다. 맙소사. 나는 어째서 지금 스스로를 진단하려고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