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1일 토요일
나는 언젠가 내가 달릴 거로 생각했다. 일회적으로 뛰는 게 아니라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때가 되면 밖으로 나가 달리는 생활을 할 거로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든 뭐든 운동이라면 질색했지만, 이상하게도 언젠가 내가 달릴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달리는 나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천이나 강을 옆에 끼고, 아니면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이른 시간에 동네 골목을 달리는 나. 그래서 나의 달리기 시도가 실패한 일에 대해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정신력과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몸의 상태. 몸이 버티지 못했던 상황을 겪고 나서 다시 달리기를 하기가 겁이 난다.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달려봐야지 생각한다. 어째서 나는 달리고 싶을까. 그 운동이 그렇게까지 좋은가. 좋을 거라 기대하나. 요즘은 자주 몸을 움직이고 있다. 아주 조금씩, 하지만 꾸준하게 몸을 늘리고 굽히며 돌보고 있다. 잠들기 전후로 스트레칭을 하고 짬을 내어 아령 운동을 한다. 쓰지 않았던 근육들이 새로운 움직임에 익숙해지고 부드럽고 단단해지는 걸 느낀다. 여름이 가고 날이 선선해지면 다시 홍제천에 가 볼 생각이다. 천천히 다시 뛰어봐야지. 같은 훈련을 며칠씩 하더라도, 아주 조금씩 몸을 움직이더라도 달리고 싶다. 달려보고 싶다.